홍남기 '동시 지원' 반대에 격앙된 민주당..지도부 내 "즉각 사퇴" 요구도
[경향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식화한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동시지원’ 방안에 ‘반기’를 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당 지도부 내에서 “즉각 사퇴” 등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주문하는 여당과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재정당국 간 기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당·정간 협의하겠다는 여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며 “오늘 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됐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앞으로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에 필요한 재원 확보는 이 대표가 앞장서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반드시 관철시켜나가야 한다는 데에도 다수 참석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앞으로 당이 주도권을 쥐고 코로나19 지원 정책을 마련해 가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홍 부총리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 부총리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것이 이날 최고위의 전반적 분위기였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아프고 힘든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게 중요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홍 부총리 발언은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 집행과 관련한 ‘논쟁’은 필요하며, 홍 부총리 사퇴 요구가 사안을 해결하는 본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홍 부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혹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더라도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며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한 이 대표 발언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춰졌다. 이에 또 다시 재정 집행을 두고 당·정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 부총리는 논란이 커지자 수습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이 대표 연설은 공직 생활하면서 들은 가장 격조있고 정책컨텐츠가 탄탄한 연설이었다”면서 “정부와 다른 이견사항이 국민들에게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의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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