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나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생존 터널'..철도기술연, 긴급대피 통로 기술 개발

[경향신문]

스마트 대피통로 개념도. 평소에는 접혀 있던 이동통로가 화재 등 비상 시에는 전개돼 사람들이 연기를 피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지하철 등에서 화재 같은 긴급 상황이 닥치면 벽이나 천장에서 이동 공간이 펼쳐져 사람들의 안전한 탈출을 돕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3일 화재 등 비상 상황이 감지되면 터널처럼 생긴 공간이 자동으로 전개되는 ‘스마트 대피통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대피통로는 평상시에는 벽이나 천장에 접힌 상태로 보관된다. 그러다 지하철과 같은 공간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자동으로 펼쳐져 승객이 연기에서 분리된 통로로 몸을 피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대피통로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유리섬유를 기반으로 한 특수 스크린 소재로 제작돼 200도의 고온에서도 1시간 이상 기능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 통로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20m마다 출입문을 만들었고 통로 내부에는 비상조명도 설치했다. 또 화재 시 연기가 통로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선한 공기를 가압해 공급한다.

스마트 이동통로는 벽이나 천장에서 펼쳐지는 형태는 물론 상자처럼 생긴 공간에서 전개되는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 터널이나 지하철 환승통로에서는 벽에서 펼쳐지는 형태가, 대합실이나 지하상가에는 중앙 천장에서 전개되는 방식이 적합하다. 공항이나 체육관, 극장처럼 넓은 공간에선 상자에서 펼쳐지는 형태가 알맞다.

스마트 대피통로는 지난해부터 대전도시철도 신흥역 구내에 시범 설치돼 운영 중이다. 지하철의 기존 공조시설을 활용해 대피통로 내부에 공기를 공급하는 형태로 제작됐으며, 연기 차단을 위한 성능시험도 거쳤다. 연구 책임자인 이덕희 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이 대심도철도(GTX)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율주행을 하는 구난 셔틀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자형 대피 통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대전도시철도 신흥역에서 실시된 연기차단 시험 모습. 대피통로에선 맑은 공기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