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 등장에 고개드는 항체치료제 무용론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등장하면서 항체 치료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항체 치료제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오히려 바이러스 증식을 촉진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각) “과학자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에서 나타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에 항체 치료제가 실패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 완치자의 중화 항체를 인공적으로 개발해 대량 생산한다. 중화 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과 결합해 감염력과 독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를 맞으면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끝낼 ‘게임체인저’라고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한 상황이다.
◇항체 치료제가 오히려 증식 도울 가능성
하지만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항체 치료제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릴리와 리제네론, GSK의 항체 치료제는 모두 한 가지 이상 변이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GSK 항체 치료제는 영국 켄트에서 발생한 변이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릴리 역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항체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항체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은 2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과 바이러스 변이 현황’ 온라인 토론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돼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가 달라질 경우, 기존 바이러스에 대응했던 중화 항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이 바이러스와 애매하게 결합해 세포 침투와 증식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항체 때문에 오히려 감염력이 강해지는 부작용인 ‘항체 의존 감염 증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방 센터장은 “항체 치료제는 중증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면역반응으로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도 공격받기 때문에 항체 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원치 않았던 면역반응이 생겨 오히려 중증을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변이에 대응해 새로 개발하는데 몇 달 걸릴 수도
모더나·화이자 등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은 변이가 발생해도 몇 주안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만들어진 백신 플랫폼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만 바꿔 끼우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항체 치료제 개발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항체 치료제는 새롭게 바뀐 구조에 맞는 중화 항체를 찾아 다시 치료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규제 기관으로부터 새로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릴리는 “변이에 대응하는 항체 치료제를 만드는 데 기존에 걸렸던 6개월보다 더 빠를 수 있지만, 생산 수준을 확장하는 데 여전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항체 치료제는 만들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에 개발도상국보다는 부유한 나라들이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항체 치료제 가격은 수백~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항체 치료제는 중증환자가 아닌 경증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코로나를 종식할 게임체인저가 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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