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캐릭터 탈 쓴 쌤의 '유쾌한 국어'.. 지루할 틈 없어 집중력 '쑥쑥'

박정경 기자 2021. 2. 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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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최은숙(오른쪽 두 번째) 교사와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 교사는 원격수업 당시 착용했던 ‘라이언 모자’를 기념으로 쓰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서울 휘경여중 최은숙 교사

사자·토끼 가면쓰고 원격수업

실시간 퀴즈 통한 이벤트도

‘선물 인증샷’ 공유 후 인기폭발

다양한 콘텐츠로 교육 차별화

학생들 수업 자발적 참여 효과

원격수업으로 진행되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여자중학교의 중3 국어 문법 시간. 자음 영향으로 낱말 앞뒤 소리가 변하는 ‘음운 동화 현상’을 배우는 날이다. 수업을 듣기도 전에 ‘하품이 나올 지경인데, 컴퓨터 화면 너머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뭐가 그렇게 재밌나 자세히 봤더니 사자 인형이 나와 국어 문법 설명에 한창이다. 탈 안에 도대체 누가 들어가 있는 걸까? 이 학교 최은숙(여·40) 교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받아오면서 비대면 수업에 대한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집중하기 어렵다”는 호소를, 학부모들은 “피드백이 없는 일방적 수업에 학력 격차가 더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최 교사의 수업에는 이런 불만을 찾기 어렵다. 그는 지난 한 해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학생들이 집에서 스스로 재밌게 학습할 수 있도록 밤낮없이 쉬지 않고 노력했다.

최 교사는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문법을 정리해주는 라이언 탈을 쓴 라선생’ ‘독서를 알려주는 토끼 인형 토선생’ ‘무엇이든 물어보국어’ 등의 다양한 수업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유튜브나 줌(zoom)에 업로드해 놓고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집중력과 참여도가 떨어질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퀴즈도 자주 냈다. 퀴즈를 내고 제일 빨리 댓글을 다는 학생에게 선물을 주는 등의 이벤트도 벌였다.

한번은 참여도가 높은 학생에게 ‘펭수 참치’를 주겠다는 이벤트를 했는데, 마침 1등을 한 학생이 학교 근처에 살고 있어 최 교사가 직접 선물 배달을 했다. 선물 ‘인증샷’을 찍어 학생들에게 공유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 때마다 눈에서 불꽃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집중했다. 그는 “수업은 즐거워야 하고, 아이들이 내 수업을 기대하고 기다렸으면 한다”며 “그러려면 당연히 학생 눈높이와 학습 수준에서 고민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는 도구들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사의 ‘국어 사랑’은 특별하다. 그러나 그는 국어가 특별히 어려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어는 어려운 것이 아닌 발견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늘 노력한다. 특히 시는 느끼고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13년째 시인 초청 시낭송회 ‘시온맛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매년 문단을 이끄는 유명 시인을 학교에 초청, 학생들이 경험 이상의 감동으로 배움을 체험하고 있다고 한다. 즐거움으로 다가간 학습이 생활에 녹아드는 최 교사의 교수법 덕분인지 휘경여중은 ‘2020년 학교예술교육활성화 교육감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동·청소년들이 우울감을 느끼고 스마트폰과 게임에 중독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연일 나오는 요즘, 최 교사도 지난해 집에서 불규칙하게 생활하며 우울해하는 학생들이 걱정돼 전화를 자주 했다. 피하거나 짜증 낼 거란 예상과 달리 “쌤(선생님), 죄송해요”라고 말해 최 교사를 울컥하게 만드는 학생들. 최 교사는 “학교에 오지 못하는 너희에게 어른들이 해줄 것이 없어 되레 미안해”라며 “온라인 시트에 몰래 응원의 말을 남기고, 무대에 올라 하던 연기를 줌에서 멋지게 해내는 너희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올해 졸업하는 휘경여중 3학년 학생들로부터 “웃기는 선생님, 최선을 다해 주셔서 감사했어요”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진심을 나누고, 즐거움을 느끼며, 문학을 가깝게 두고 자신의 꿈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최 교사의 가르침이 학생들의 마음에 오래 남길 바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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