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린다" 행인에 흉기 휘두른 노숙자..1심 징역 4년

행인에 흉기 휘두른 살인미수 혐의
살인미수 아닌 특수상해 유죄 인정
법원 "고의갖고 가해행위" 징역4년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우산을 쓰고 지나던 행인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숙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3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44)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살인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주의적 공소사실 살인미수 혐의가 아닌 예비적 공소사실 특수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실형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는 살인, 상해 고의가 없다며 살인미수는 물론 특수상해 혐의도 모두 부인했다. 이씨는 모자 앞부분에 나온 걸 정리하려고 칼을 꺼냈다가 미끄러져 피해자 목에 상처를 입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문구용 칼은 사용 방식에 따라 치명적인 상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는 있지만, 걸어가던 사람을 짧은 시간에 1회 가격하는 방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같은 칼로 이씨가 피해자를 가격하며 살해 의도를 갖고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 "살해 고의를 가지려면 강한 힘을 줘 가격하거나 여러 차례 반복한 사정이 필요한데 이씨는 반복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해 동기 부분은 "범행 직전 만난 사이고 이씨가 피해자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갖거나 살해로 얻은 이득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사이코패스' 등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 입증할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는 피해를 입혔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 미필적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수상해 혐의의 경우 "이씨는 피해자를 일부러 겨냥해 응시하면서 가격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이씨가 고의를 갖고 가해 행위를 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흉기를 사용해 '묻지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일반 공중의 극도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는 목에 상처를 입고 이는 흉터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씨는 피해자에게 매우 큰 정신적 고통을 일으켰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중구에 있는 아파트 앞 노상에서 피해자 A씨가 우산을 쓰고 앞을 지나가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화가 나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씨는 일정한 직업과 주거지 없이 서울역 일대에서 노숙 생활을 했으며,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이씨는 A씨의 어깨를 붙잡고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A씨는 목 부분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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