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저가 아파트 격차 사상 최대.. "양극화 심화"
고가(高價) 아파트와 저가(低價)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역대 최대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새해 들어 격차가 더 확대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자산 불평등도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KB국민은행 리브온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5분위 배율’은 지난달 8.6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12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약 12년 만에 역대 최대치다. 이전 최대치였던 전달(8.5)의 기록을 한 달 만에 넘어섰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의 평균 주택 매매가를 하위 20%(1분위)의 평균 주택 매매가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클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예컨대 지난달엔 하위 20%의 집 8.6채가 있어야 상위 20%의 집 1채를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5분위 배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15년 6월(4.4)로, 하위 20%의 집 4.4채로 상위 20%의 집 1채를 살 수 있었다.
지난달 기준 분위별 평균 아파트값은 ▲1분위 1억1244만원 ▲2분위 2억372만원 ▲3분위 3억2476만원 ▲4분위 5억2409만원 ▲5분위 9억7056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3년 전인 2018년 1월에는 5분위 배율이 5.1이었다. 분위별로는 ▲1분위 1억1840만원 ▲2분위 1억9503만원 ▲3분위 2억6686만원 ▲4분위 3억6495만원 ▲5분위 5억9971만원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1분위 집값이 5.3% 하락한 3년 동안 5분위 집값은 61.8%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2분위는 4.5%, 3분위는 21.7%, 4분위는 43.6% 상승했다. 저가(低價) 아파트값은 더 낮아지거나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반면, 고가(高價) 아파트값은 비쌀수록 더 올라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지역별로 5분위 배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서울(4.5→4.2)만 하락했고 경기(3.2→4.8), 인천(3.1→3.9), 5개 광역시(4.0→5.2), 기타지방(4.5→5.7)은 상승했다. 서울은 2018년 1월~2021년 1월 강남권보다 다른 지역의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강세를 보여 5분위 배율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해당 기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4.08%)나 서초구(4.50%)보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구(10.14%), 성북구(9.89%), 구로구(9.53%), 금천구(7.07%) 등의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봐도 자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흐름이 읽힌다. 지난해 3월 기준 상위 20%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은 11억2481만원으로 하위 20%(675만원)보다 11억1000만원 이상 많았다. 이에 따라 ‘순자산 5분위 배율’(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을 하위 20%의 평균 순자산으로 나눈 값)은 166.64배로, 직전해(125.60배)보다 상승했다. 이 통계는 수치가 높을수록 순자산 격차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작년부터 중대형 아파트가 많이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대형이 오르며 양극화가 커지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영향은 있는 사람에게는 크지 않고 어려운 사람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면서 "코로나가 자산 가치 양극화를 부추긴 요인도 있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1억원 미만의 1분위 아파트는 주로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해 상승률이 낮았던 반면, 4~5분위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여서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서울과 지방의 지역 간 차이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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