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현정택>"정부, '이익공유' 등 경제 全영역 사사건건 관여.. 민간 활력 죽여"
■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기업 대부분 상황 어려운데
초과이득 냈으면 나누라니…
이익공유 발상 자체 부적절
소상공인 영업 잘하기보다
몇 퍼센트 보상받을까 연연
손실보상 제도화 땐 후유증
한국경제 ‘정부개입형’ 변질
민간 활력 회복이 최대 화두
[인터뷰 = 조해동 부장 (경제부)]
한국 경제에서 민간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이익 공유제, 재난 기본소득 등 정부가 경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는 실행할 수 없는 무리한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 영역을 대체하고 경제활동 참가자들은 정부에 크게 의지하면서 성장 잠재력(한 나라에 존재하는 인력, 기술력, 토지, 자본 등 이용 가능한 모든 생산 자원을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능력)이 급락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성장 잠재력 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출구(出口)를 열어주고, 신산업이 고용 창출에 앞장섬으로써 국민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善循環) 구조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지만, 이익 집단의 반발에 가로막혀 규제 완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 개입 경향이 짙어지면서 나랏빚은 급증하고 있다. 나랏빚은 절대 규모보다는 증가 속도를 중요시해야 하는데, 앞으로 수십 년간 나라 살림에 엄청난 부담이 될 정책이 제대로 검토조차 되지 않은 채 줄줄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기저질환(基底疾患·어떤 질병의 원인이나 밑바탕이 되는 질병)이 심각한 상황에서 올해 4월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 선거와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시즌’을 맞는다.
지난 1월 26일 서울 중구 통일로 사무실로 현정택(72)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을 찾아간 것은 그가 경제 관료, 국책연구원장,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한국 경제를 가장 넓은 시야에서 조망해온 경제 전문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입춘(立春·2월 3일)이 코앞이었지만, 그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역 앞에는 전염병과 추위에 지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옷깃에라도 닿을세라 종종걸음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가 언제 활력을 되찾을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2021년 1월)’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는 5.2%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이다. 올해는 백신이 보급되니 코로나19 변이(變異)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異見)이 없는 것 같다. 다만 회복의 강도가 문제인데,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원상으로 거의 돌아갈 것이고, 미국의 경우 70∼80%, 유럽이나 일본은 50∼60% 정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는 어떨까.
“한국 경제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근 몇 년간 성장 궤적(軌跡)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2017년 3.2%를 기록하면서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수준을 달성했지만, 2018년(2.9%)과 2019년(2.0%)에는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2019년에는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3분의 2를 훨씬 넘었다. 지난해 성장률은 -1.0%(한국은행 속보치)였고, 올해 성장률은 정부가 3.2%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 평균이 2% 정도 돼, 2019년 성장률(2.0%)과 비슷하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성장 추세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얘기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2019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았고, 우리나라는 나름대로 방역에 성과를 내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규모를 줄였기 때문에 정부가 주장하듯 선방했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話頭)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민간 경제 활력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을 덜 입었다고 하지만, 삼성·현대차·SK 등 몇몇 수출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대기업·중소기업·중견기업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 민간 기업 활력이 매우 낮아졌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민간의 역할도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경제의 모든 영역에 정부가 발을 들여놓고 사사건건 관여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런 일은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경제의 모든 영역에 관여한 지가 벌써 1년 반 가까이 되고 있다. 예컨대 태권도장은 영업할 수 있고, 합기도장은 문을 닫아야 하고, 식당에서 포장은 가능한데 앉아서 식사하면 안 되고, 식당 문을 밤 9시까지는 열어도 되고 그 뒤에는 안 되고 등을 모두 정부가 정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명령으로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손실보상까지 제도화하면 경제 활동 참가자들의 정부 의존증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의 기본, 시장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어 경쟁하면서 그 성과가 자기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정해주고, 이제는 그에 따른 손실까지 보상해준다고 한다. 영업 가능 업종도 정부가 정해주고,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3분의 1만 출근하라’는 식의 지시를 내린다. 이것은 방역을 위해 외국에서 일시적으로 실시하는 ‘록다운(Lockdown·봉쇄)’과도 다르다. 록다운은 집 안 등 현재 있는 곳에 머물면서 밖에 나가지 말라는 등 큰 틀만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주택 사면 나쁘고 주식 사면 애국자라는 식의 태도 문제 많아”
한국 대부분 선진국 수준 도달했지만 자본시장은 예외
공매도 문제를 정당에서 협의하는 나라, 우리 말고 어디있나
공급 따질때 옛날 아파트·새 브랜드 같이 계산하면 안돼
국가채무 비율보다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가 더 중요
―정부 관여 증가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영업을 잘하는 것보다 정부로부터 손실보상을 60% 받느냐, 80% 받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경제 활동 참가자들이 영업을 잘하려고 하지 않고 정부의 행태에 익숙해져야 보상을 많이 받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하면 부작용은 필설로 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한국 경제의 모델이 ‘정부 주도형’이었다면 지금은 ‘정부 개입형’으로 변질돼 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정부가 국민 생활 전반에 너무 많이 개입하고, 경제 활동 참가자들이 정부 개입에 익숙해지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은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다. 이것을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미친 가장 근본적인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서 가장 잘못한 것과 잘한 것을 꼽는다면.
“가장 잘못한 것으로 부동산 문제는 이미 많이 지적돼 왔고, 그 외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무분별하게 면제한 것도 앞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예타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만든 좋은 제도다. 그 전에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기공식만 하고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치권에서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해 예타를 도입한 것인데, 그동안 조금씩 예외를 만들면서 느슨해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아예 제도적으로 예타를 무력화하고 있다. 잘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유지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밝히면서 한때 재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켜졌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이 나온 얘기지만 소득주도성장은 개념상으로 성립이 안 되는 용어다. 성장이라는 게 국민소득을 갖고 측정하는 것인데,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많이 늘면 성장(국민소득)이 된다는 것이니 일종의 동어반복이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외국에도 있는 성장하면서 같이 가자는 개념이다. 하지만 저소득층 지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나.
“지난 한 해만 떼놓고 보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유동성(돈)이 많이 풀려서 부동산값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동산값은 지난해에만 오른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내내 올라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동성 증가 때문이 아니라 3년 내내 이어진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크게 2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는 부동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인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투기와 불로소득의 대상으로만 본다. 그러니까 재건축이든 뭐든 부동산과 관련된 것은 무조건 틀어막으려고 한다. 둘째는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 아파트와 새 아파트는 완전히 다른 상품이다. 옛날 아파트와 요즘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같은 것으로 보고 계산하면 안 된다. 서울 강남 대치동 아파트 수요와 강북의 아파트 공급을 일대일로 기계적으로 계산해놓고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강변해 왔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임대차 3법이 전월세 시장까지 교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임대차 3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포함된 전월세신고제 등을 뜻한다. 임대차 3법이 만들어지고 난 후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부총리가 뒷돈을 줘서 세입자가 집을 나가게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가지를 지켜야 한다. 첫째, 대증요법이 아니라 보편적인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대증요법이 하도 많이 나오니까 ‘양포세(양도소득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둘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하나로 합치는 등 재산세 체계를 일원화·단순화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 단계의 세금을 줄이고, 보유 단계의 세금은 높이기로 원칙을 정했으면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최근에는 원칙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셋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면서 정부가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못할 정도로 규제하는 것은 부동산시장의 기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금융의 기능까지 동시에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주가에 대해 ‘거품(버블)’이라는 의견도 나오는데.
“주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주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랜덤 워크(random walk·임의 행로)’를 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의 움직임을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공매도는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운영하는 순기능이 있는 제도다. 비상 상황에서는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지만, 지속해서 공매도를 막는 것은 외부에 의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 원래 공매도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제도다. 그런 공매도 금지 연장 문제를 정당에서 협의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정당에서 협의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를 한다는 것인데, 이건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다른 영역에서는 모두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자본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증시는 아직도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 문제를 정당에서 의논하는 것을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주택(부동산)을 사면 나쁘고, 주식을 사면 애국자(동학 개미)라는 식의 태도도 문제가 많다.”
―최근 몇 년간 재정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했는데.
“나랏빚 문제는 절대 수준과 속도 등 2가지를 봐야 하는데, 경제학에서는 절대 수준보다 속도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국가채무 비율이 어떻다고 얘기하기보다는 국가채무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총지출 증가율(본예산 기준)이 전년 본예산 대비 2019년 9.5%, 2020년 9.1%, 올해 8.5%에 달한다. 최근 경상성장률(물가상승을 포함한 성장률)의 2∼3배가 넘는 수준이다. 원래 총지출 증가율은 경상성장률 수준에서 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 해가 아니라 3년 가까이 총지출을 8∼9% 늘렸고, 그것도 모자라 해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세금을 내야 하는 민간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고, 정부가 합리적으로 지출을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늘었다. 국가채무 비율(국내총생산 대비)도 2011년(30.3%)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었는데, 불과 10년 만인 올해엔 50%에 육박하고, 2024년에는 60%에 근접하게 된다. 재정을 신중하게 운용하고, 엄격한 재정준칙을 만들어 철저히 지켜야 한다.”
―요즘 재난 기본소득 도입 여부와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선별 지급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기본소득은 최상위 복지 국가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쉬운데, 최상위 복지국가에서 교육·의료·기초생활 등 복잡한 제도를 통해 복지 사업을 집행하다 보니 돈은 많이 드는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따로 주느니 하나로 합쳐 주자’고 실험에 나서게 된 것이 기본소득의 출발점이다. 이걸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고, 핀란드와 캐나다 등이 실험을 시도한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개념상 기본소득 도입에 가까운 주장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니고 허경영 국가혁명당(전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의 얘기다. 허 대표는 지금도 국민배당금을 18세부터 월 150만 원씩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1년에 700조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재난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재난으로 일시적인 경기 위축이 왔을 때 지급하는 돈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그냥 재난지원금이다. 재난지원금에 대해 보편 지급이냐, 선별 지급이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실 재난지원금에는 보편 지급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은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해 정도에 따라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소득 7만5000달러 이상인 사람에게는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는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익 공유제라는 것은 그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발상이고, 보편 지급과는 양립할 수 없다. 이익 공유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득을 본 사람에게서 돈을 거둬 손해 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 국민 보편 지급을 하면 코로나19로 득을 본 사람에게도 줘야 하므로, 논리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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