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현금다발·황금계급장 절도당한 해운대경찰서장

김기현 기자 2021. 2.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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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실 축소하다 수사종결권 논란 확산

■ 해운대경찰서장 관사 절도 사건

1300만원 현금뭉치 이목 집중

서장인 경무관보다 두 계급 위

‘황금 치안정감 계급장’도 화제

고위공직자 돈다발 의혹 증폭

전자 기록 위변작·방조혐의로

피해 서장·경찰관 등 되레 입건

“경찰의 수사권은 강화되었지만

이에 맞는 역량 있는지는 의문”

지난해 부산의 한 경찰서장 관사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에 대해 당시 수사 담당자와 피해자 및 피해 금품에 대한 경찰청의 수사가 진행돼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월 한 도둑이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를 털었다. 이 도둑은 에어컨 실외기를 타고 올라가 한 집에서 현금 1300만 원과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그런데 하필 이 집이 관할 해운대경찰서장 관사로 드러났다. 이 도둑은 아파트 전문털이범으로, 비슷한 시기 이 아파트 내 다른 집을 털기도 했다. 이 같은 해운대 아파트의 절도 사실은 이 도둑이 인근 금정구 관내에서 다시 여러 건의 상습 절도를 하다 붙잡혀 여죄를 추궁받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절도범은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고위 경찰관의 집에서 1000만 원이 넘는 돈다발이 발견된 것 자체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요즘은 카드 및 휴대전화 전자금융거래가 일상화돼 일반 가정집에서는 현금 수백만 원을 보관하는 사례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일단 이 돈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에 대한 출처와 함께 보관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난품 중에 ‘치안정감’ 황금 계급장(왕태극무궁화 3개)이 발견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이 황금 계급장은 인터넷 쇼핑몰과 금은방 등에서 순금일 경우 200만∼42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경찰서장은 치안 수요가 많아 다른 지역 서장(총경)보다 한 계급 위인 ‘경무관’(왕태극무궁화 1개)이다. 그런데 두 계급 위인 치안정감은 치안 총수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직급으로 전국에서 7명밖에 없다. 경무관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승장구하라는 의미로 누가 선물했을 가능성이 높다.

절도범을 처벌하는 것으로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최근 경찰청이 해운대경찰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외부에 불거져 구설에 올랐다.

경찰청은 해운대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나선 이후 수사로 전환해 당시 피해자인 경찰서장과 사건을 처리한 과장급·팀장급 경찰관 등 모두 3명을 입건했다. 혐의는 공전자기록 위변작 및 방조 혐의다. 이 혐의는 공무원 등이 공용 전자기록 등을 위작하거나 변작했다고 판단될 때 적용된다. 요즘은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Korea Integrated Criminal System)에 신고자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하는데, 피해자인 경찰서장이 아닌 가족의 이름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일부 피해 사실을 축소한 혐의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직속상관과 관련한 민감한 사건이다 보니 윗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찰청은 이 돈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경찰서의 수사 규정 위반도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훈령에는 경찰관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피의자는 물론이고 피해자일 경우에도 공정성을 위해 상급자의 지휘를 받아 인접한 경찰서에서 수사하게 돼 있다. 범죄 수사규칙에도 경찰관 본인이 피해자일 경우 수사나 수사 지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해운대경찰서는 보고 없이 이 사건을 직접 수사했다.

이와 관련, 박철현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위 공직자 집에서 현금 다발이 나왔기 때문에 상식선에서 시민들은 온갖 의혹을 갖기에 충분해 반드시 출처 부분은 정확히 소명돼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더욱 확대되는 상황에서 권리가 커지면 책임도 커지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감찰 기능이 대폭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수사받는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며 극도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해운대경찰서장은 “서장으로 발령받으면서 사촌 등 친척들이 영전 축하금으로 준 것이고, 수사 과정이나 결과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에도 해당 서장은 “내가 엄연히 피해자인데 당혹스럽다”며 “가족도 피해 진술을 할 수 있고, 처음에는 피해품을 완벽하게 다 입력하기가 어려웠지만 나중에 다 보완했다”고 밝혔다. 또 “돈 출처 부분도 소명이 다 됐기 때문에 당시에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지인도 아니고 친척들이 그 많은 돈과 귀금속을 줬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어떤 용도로 쓰려고 추적이 안 되는 현금을 보관했는지도 의문이다.” “너무 재수가 없다 보니 하필 절도 피해자가 된 게 큰 우환거리가 됐다”는 등의 말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해운대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하태경·김미애 의원은 최근 “피해품의 출처와 의미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아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시민들은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사건,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지켜보며 경찰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데, 경찰의 수사권이 강화되고 몸집도 커졌지만 이에 걸맞은 역량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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