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억류 선원 석방 막전막후..동결자산 딜? 선장·선박 '볼모'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박재우 기자 = 이란 현지에 구금돼 있던 한국케미호의 선원 19명이 나포 29일만에 전격 석방됐지만 아직 '동결자금'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란은 한국 국적의 선장과 선박은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억류를 해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장·선박은 아직 이란에…동결자금 문제도 미해결
한국과 이란은 이번 선박 억류 사건과 동결자금 문제는 별개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렇지만 외교가에서는 결국 엉킨 실타래를 풀 핵심은 동결자금 문제의 해결 여부라는 데 입을 모은다.
한국과 이란은 지난 2010년부터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계좌를 통해 이란산 석유를 거래해 왔다. 그러다 2018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관련 계좌는 현재 동결된 상태다. 은행에 묶여있는 이란 석유수출대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이다.
이란은 이번에 사실상 '조건부 석방'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장과 선박은 이란에 남겼다. 이란이 나포 배경으로 꼽는 '해양오염' 혐의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이란의 표면적인 입장일 뿐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이란은 현재까지 오염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한국 측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동결자금 문제는 아직 미해결 상태다. 정부는 이란 측을 설득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이란 제재에 따른 세컨더리보이콧(유관 3자제재)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 석유수출대금의 예금 이자를 높여주는 아이디어가 제시됐지만 번번이 세컨더리보이콧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활용하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1월 시범 운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란에 스위스 의약·의료품, 식품, 무역 업체가 이란에 물품을 수출하고 대금은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업체들과 은행은 자국 정부에 거래 내역을 알리고 스위스 정부는 이를 미 재무부와 공유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물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도적 지원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동결자금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석방은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그간 노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포부터 석방까지 막전막후
이란혁명수비대는 지난달 4일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정부는 관련 소식을 접한 직후 국방부·해양수산부 등과 함께 즉각적으로 상황실을 설치하고 대응에 들어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울채널과 이란 테헤란 현지에서 스무 번 넘게 이 사안에 대해 이란 당국과 접촉했다"며 "최근 외교부의 가장 최우선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나포 하루 뒤인 지난달 5일 정부는 청해부대(최영함)를 사고 해역인 호르무즈해협으로 출동시켰다. 이후 정부협상 대표단이 이란에 급파됐고 청해부대는 호르무즈해협 바깥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불필요하게 이란 측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실무대표단은 지난달 7일 이란에 도착해 국내에 동결된 자금과 관련된 논의를 시작했고,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과 소통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지난달 10일 직접 이란을 방문해 주요 이란 당국자들과 만나 조속한 억류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최 차관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를 두고 '빈손'으로 귀국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회 차원에서의 노력도 있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이란 의회의 모즈타파 졸누리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 화상회담을 통해 의원외교에 나섰다.
일련의 상황에서 지난 2일 최 차관은 선원들의 조속한 억류해제를 위해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결국 아락치 차관은 이란 정부가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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