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 불복종' 확산..군부 "쿠데타 불가피, 선동 경고"(종합)
과거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공포'에 확산 여부 미지수..군부는 정권 찬탈 가속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에서 지난 1일 발생한 군부의 전격적인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점차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부는 쿠데타는 불가피한 것이었다며 폭동이나 사회 불안을 조장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향후 시민들의 저항 양상에 따라 군이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외신 및 현지 SNS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를 전후로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 일부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나 깡통을 두들기는 방식으로 쿠데타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구금된 아웅산 수치 고문이 성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한 데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AP 통신에 "북 등을 두드리는 행위는 미얀마 문화에서는 악마를 쫓아낸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통신은 애초 수 분간 계획됐던 이런 항의는 일부 지역에서는 15분 이상 지속됐으며, 군부에 의해 구금된 수치 고문의 안녕과 자유를 요구하는 외침도 들렸다고 전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올리고 "이것이 우리가 불법적인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는 방법이다. 양곤에서 쇠 냄비를 두들기고 차량 경적을 울린다"고 적었다.
많은 미얀마 네티즌은 쿠데타로 언론 보도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SNS를 통해 전세계에 쿠데타 반대 및 수치 고문 석방 등을 촉구했다.
일부 K팝 팬은 한국어로 적힌 '군부 쿠데타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팻말이 등장한 트윗도 게재했다.
최소 20개 국립 병원의 의료진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 사진에는 '독재는 실패해야만 한다'는 문구가 의료진의 방호복 등에 붙어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쿠데타 항의 차원에서 근무 거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검은 리본을 달았다고 전했다.
앞서 미얀마 최대 활동가 단체 중 한 곳인 '양곤 청년 네트워크'도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항의 움직임은 거리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 1988년 9월 민주화 운동 때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3천여 명이 숨지는 등 유혈 탄압의 역사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쿠데타로 전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총선 부정 의혹에 대한 계속된 항의가 묵살된 만큼, 군부가 정권을 잡은 것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이후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입장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외신에 따르면 군 공보청은 이날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민 스웨 대통령 대행 및 새로 교체된 장관들과의 첫 군사정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군부의 거듭된 총선 부정 조사 요청을 선관위가 묵살했다면서 "이 길은 국가를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비상사태 기간 선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군부정권은 또 시민 불복종 움직임을 겨냥,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강력 경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편 군부는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한 데 이어 중앙은행 총재에 과거 군사정부 인사를 임명하는 등 권력 장악에 속도를 냈다.
앞서 미얀마 군은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을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국가를 위태롭게 했다면서 지난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을 구금했다.
군은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사태가 끝나면 총선을 새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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