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대우했다" 인력사무소장 계획살인, 60대 징역 25년

재판부 "피해자, 오히려 노동자들에 제때 임금지급 노력"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평소 자신을 차별 대우하고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인력사무소장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60대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하모(64)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 동안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거주지 제한, 유족들에 대한 접근 금지,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아픔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도 피해자에게 사죄하지 않고 피해자의 잘못을 지적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어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부당하게 대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제때 임금을 지급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씨는 지난해 8월 3일 새벽 서울 관악구의 노상에서 준비한 흉기로 인력사무소장 A씨를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3일 전 미리 흉기와 장갑을 사는 등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범죄로 2차례의 전과가 있는 하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A씨가 일당이 적고 어려운 일을 주는 등 자신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무시한다고 생각하던 중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하씨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재범 위험성이 없다며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허가하지 말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려는 태도를 보이고, 이에 비춰볼 때 피고가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심된다"며 "재범 위험성을 평가한 결과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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