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오은영 "5시간 원산폭격 시킨 부모, 벌금형? 이건 고문"
- 훈육과 학대는 헷갈리는 개념 아니야. 명확히 구분해야
- 한 대는 가정교육, 세 대부터 학대? 때려서 가르친단 생각 버려야
- 훈육의 훈은 말씀 언(言)에 내 천(川)자. 말로 가르치라는 것
- 아이에게 부모는 생존과 생명의 동아줄, 학대하면 안 되는 이유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진행자 > 이번에는 가정폭력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원산폭격을 5시간 시키고, 7시간 동안 무릎 꿇리고 화장실 안 보내고, 죽도로 때리고, 폭언과 욕설까지 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3년 넘게 상습적으로 친딸에게 벌을 주고 폭행한 부모가 재판에 회부됐는데요. 이 부모에게 법원은 각각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너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 이런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이런 행위가 훈육이란 명분으로 이뤄지는데 이 문제 어떻게 봐야 하는지 ‘국민 육아멘토’로 불리는 분이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오은영 >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잠깐 소개 말씀 드렸는데 이건 명백한 폭행, 폭력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 오은영 > 맞습니다. 지금 이 부모가 아이한테 한 것들은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는데 일단 다양한 형태의 가혹행위, 이런 것들을 가정 폭력이라고 하죠. 그리고 조금 수위가 높은 표현입니다만 고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건 학대가 맞고요. 학대 중에서도 신체적 학대에 들어갑니다. 죽도로 죽도록 때리는 것, 그 다음에 정서적 학대가 들어가죠. 수치심을 유발하고 아이에게 협박하는 것, 언어적 학대가 들어갑니다. 학대는 아이가 성장 발달을 하는 동안 해가 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보셔야 합니다.
☏ 진행자 > 아니 원산폭격을 5시간 시켰다는 게 상상이 안 되는데, 행위 하나에 대해서 굳이 여기서 복기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법원은 각각 벌금 700만원에 40시간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양형에 대해서는.
☏ 오은영 > 물론 지금 처벌 수위가 약하죠. 법원 판결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면 법원도 고민했겠구나 생각을 하는데 아이가 미성년자이고 부모 양쪽이 다 가해자입니다. 피해자가 잘못하면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부모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너 때문에 부모가 이렇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계속 이 아이에 대해서 가해자 같은 취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니까 아마 법원에서도 아이에 대한 고려를 했던 것 같아요. 가해자를 두둔했다기보다는 피해자인 아이가 신고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고민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이번에 이 부모한테 처벌의 수위를 높였다고 해서 과연 이 부모가 바뀔까 하는 고민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아이들 대하는 대부분 부모는 훈육과 학대를 구별을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 기회에 훈육과 학대를 분명하게 계속 구별하는 것들을 생각해봐야 되는데 대부분 부모가 나는 훈육 차원에서 그랬다,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 진행자 > 그게 본질적 문제인데 조금 이따 여쭤보고 일단 이것부터 하나, 딸이 2004년생이니까 지금 한국 나이로 하면 18살 이렇게 되는데 딸이 직접 신고를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딸이 신고 뒤에 보호시설에서 지내다가 수사과정에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는데 박사님 말씀대로 이 부모가 훈육과 폭력을 구분을 못한다고 하면 바로 집으로 갔어야 되는 거냐 라고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되는 겁니까?
☏ 오은영 >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서 제일 중요한 게 아이의 안전입니다. 아이의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다음 행동도 진행하면 안 되긴 하거든요. 이런 경우 피해자인 아이가 직접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부모 선처해달라고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절대로 우리가 자녀에게 학대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아이에게 부모는 생존과 생명의 동아줄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를 생애 처음으로 만난 타인 아니겠습니까? 이 사람들이 자기를 기본적으로 사랑하고 보호해줘야 되는데 사랑과 보호도 해줄 때도 있거든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아이를 학대하겠습니까? 사랑과 보호를 해주는 당사자가 동시에 공격을 하는 거죠. 이 사람들이 동일인이란 말이에요. 이때 오는 아이들 혼란은 이루 말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 부모 옆에 돌아가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러나 부모 옆에 돌아갔을 때 공격받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이 동시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이 아이의 두려움과 또는 안타까움을 같이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아이가 부모에게 돌아가겠다고 하는 데는 이런 아주 양쪽 감정이 다 있고 이 아이의 혼란스러움을 반영하는 거거든요. 이 아이 같은 경우 만 나이로 17살이니까 아주 어린 아이에 비해서 그래도 조금은 자기가 자신 자신을 지켜 나갈 수 있는 힘도 있다고 보는데 아이는 신고를 함으로써 자기가 어떻게 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당성에 대한 법적 인정을 받은 거죠, 아이를 그렇게 대하지 말라라는. 이걸 통해 자기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이렇게 대하는 부모 곁으로 아이를 돌려보내고 나서 그 이후에 철저한 사후에 얘가 잘 지내고 있는지 이 집에서 또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이 상당히 오랜 기간 있어야 될 걸로 봅니다.
☏ 진행자 > 본질적 문제가 폭력을 훈육으로 착각하는 경우 관련해서 법 개정까지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민법에서 자녀 징계권이 삭제가 됐고 체벌을 훈육으로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전부 없애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법이 개정된 거지 사고가 개정된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 오은영 > 맞습니다. 우리가 집집마다 가정은 굉장히 개별적 공간이기 때문에 법적 잣대를 일일이 다 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국민의 인식 개선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일단 훈육하고 학대를 명확하게 구분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은 헷갈리는 개념이 사실 아닙니다. 왜냐하면 훈육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부모가 교육시키고 가르치는 궁극적 목표는 인간답게 하기 위함입니다. 인간이 여러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되기 때문에 서로 지켜야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지켜야 되는 것들, 절대로 하지 말아야 되는 것, 옳고 그른 것을 분명히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훈육을 통해 이뤄집니다. 안 되는 것 절대 안 된다고 해야 되고, 그렇지만 훈육은 교육적인 겁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가르치기 위한 교육적인 것인지 이것을 가장 비인간적인, 사람 몸에 손을 대고 사람을 두렵게 하고 공포스럽게 하고 굴복과 복종을 시키는 방법을 쓴다는 건 이제는 버려야 된다는 거죠. 그리고 훈육이라는 글자만 봐도 훈(訓)자가 말씀 언(言)에 내 천(川)자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말로 가르쳐라 라는 얘기거든요. 덕을 가지고 아래 사람을 덕으로 잘 가르쳐라는 거지 학대는 아이가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 들어갔을 때 학대에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분명하게 구분이 됩니다. 그러니까 한 대는 체벌이고 가정교육이고 세 대부터는 학대다?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거죠. 더이상 사람을 때려서 가르치겠다라든가 또는 무섭게 해서 공포감을 줘서 바꿔놓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라는 얘기죠. 절대로 그렇게 해선 안 되는 겁니다.
☏ 진행자 > 그러면 궁금해지는 게 법원 판결 가운데 40시간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가 있지 않습니까,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인식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 오은영 > 물론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죠. 이 아이가 그동안 겪었던 공포와 두려움과 혼란의 시간에 비하면 너무 짧은 시간이죠. 그래서 40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 부모한테 우리가 체벌이란 어떤 방법을 통해서 아이를 지도하겠다는 사람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봐야 됩니다. 우리 부모는 양육과정에서 아이가 몇 살이든 그 아이가 신생아든 아이가 아동이든 청소년이든 심지어는 자식이 성인이라도 양육과정에서 부모가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은 모두에게 있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잘 크길 진심으로 바라거든요. 그리고 아이는 키우는 과정에서 별별일을 다 겪습니다, 잘못 될까봐.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 할까봐 고쳐지지 않을까봐, 불안과 두려운데 실은 불안과 두려움을 부모가 인식해야 되고 인정해야 됩니다. 이건 내가 불안하고 두려운 거구나. 실은 어떻게 지도하고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를 대해야 하는지 내가 모르는 구나, 때리고 무섭게 하는 것밖에는 내가 보고 큰 게 없고 아는 게 없구나, 그리고 실은 다른 방법은 해 본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구나, 두려움과 불안을 내가 인정해야 되는데 불안과 두려움을 아이를 때리는 행위로 전가하는 거죠. 이것을 인식하고 전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되는 게 너무 중요합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 오은영 > 우리가 마지막으로 한번 생각해야 되는 게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랫사람이 일을 잘못해서 너를 가르치려고 원산폭력을 시키고 니가 회사에 해가 되는 행동을 했는데 너 이런 일을 다시 한번 하면 이렇게 할 거야라고 옷을 벗겨서 사무실 밖으로 내쫓고 난리가 날 겁니다. 그러면 누구나 받아들이지 않는 이 행위를 가장 사랑이 싹트고 가장 안전하고 아이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것을 가장 먼저 배워야 되는 가정 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이걸 왜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 있지’ 생각합니까?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대하면 안 되는 겁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아이 보호가 절실한 문제인 것 같고요. 알겠습니다. 박사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은영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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