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저유황유 가격 회복에 웃는 기업들
[경향신문]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와 저유황 선박유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을 주력 선종으로 삼는 국내 조선업계와 저유황유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정유업계는 수익성 개선의 기회로 여기며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파리기후협약 복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탈탄소·친환경 사회로 이행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이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분석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17만4000㎥급 대형 LNG 운반선 신조선가는 1억8650만달러다. 2019년 10월 1억86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15개월 만에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LNG 수요가 늘면서 LNG 가격은 물론 LNG 운반선 용선료가 급등하자 주요 선주들이 발주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원자재 시황분석 업체 S&P 글로벌 플라츠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한국과 일본 현물시장(JKM)에서 LNG 가격은 100만Btu(1파운드 물을 화씨 1도 높이는 필요한 열량) 당 32.5달러로 2009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지역의 LNG 현물가격은 9개월만에 가격이 18배 가량 뛰면서 비트코인 포함 모든 원자재 가격 상승률을 앞질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3일 기준 2만7500달러까지 떨어졌던 16만㎥급 LNG 운반선 단발성(스폿) 용선료도 지난달 8일 7배가 넘는 19만5000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인기 구간의 스폿 용선료는 지난달 한 때 35만달러까지 급등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각종 프로젝트들이 연말을 기점으로 조금씩 풀리고 있고, 발주 문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각각 수주 목표액의 91%, 65%를 달성했고 올해 들어서도 LNG 운반선을 1척씩 수주했다. 한화투자증권 이봉진 연구원은 “2022년 조업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단기에 일감을 확보하고 나면 선사와 좋은 선가로 수주하기 위한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하반기부터는 선가 상승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저유황 선박유 가격 회복세는 지난해 코로나19발 수요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정유업계에 다소 숨통을 틔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저유황유(VLSFO) 가격은 1월(1~21일 기준) t당 439.5달러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400달러선을 넘어섰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10월 2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저유황유 가격이 회복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선박유의 황함유량을 3.5%에서 0.5%로 낮추도록 한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IMO2020’ 도입에 발맞춰 저유황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발 수요 침체로 수익성이 당초 예상치의 20% 수준에 그치면서 감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수송에 필요한 선박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유황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기존 생산설비 규모 내에서 저유황유 생산을 늘리는 추세다”고 말했다.
한편 저유황유 가격이 올라가면서 IMO2020 규제 도입 전 선박유로 주로 쓰였던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유와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t당 57달러까지 좁혀졌던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1월 기준 96.5달러까지 벌어졌다. 이런 추세가 오히려 국내 1위 해운업계 HMM(옛 현대상선)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MO 규제에 따라 저유황유에 비해 값싼 중유를 선박유로 사용하고 싶다면 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선박에 달아야 한다. HMM은 전체 운용선박 중 80% 이상에 스크러버를 장착했다.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이 저유황유 사용 선박을 채택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로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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