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영의 생각을 부르는 뇌과학>코로나 대유행으로 사회관계 단절 심화.. 뇌 일부 활성화 안돼 외로움 커져

기자 2021. 2. 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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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가족 모임, 친구 모임도 전부 취소한 채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내고 있는 일상이다.

만성적인 사회관계 단절과 외로움은 우울증을 포함한 기분장애와 정신질환, 암, 심뇌혈관 질환, 순환계 질환, 비만, 면역계 질환의 발병과 예후에 관여하는 위험인자임이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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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

소뇌 등 회백질 부피 더 작아

‘언제 밥 한 끼 하자’ 말에는

교류·배고픔 해결 욕구 내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가족 모임, 친구 모임도 전부 취소한 채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내고 있는 일상이다. 몇십 년간 술과 스트레스로 고생한 간이야 특별휴가를 즐기고 있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활력을 얻곤 했던 우리 마음과 뇌는 한껏 쪼그라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성적인 사회관계 단절과 외로움은 우울증을 포함한 기분장애와 정신질환, 암, 심뇌혈관 질환, 순환계 질환, 비만, 면역계 질환의 발병과 예후에 관여하는 위험인자임이 알려지고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학 연구자들에 의하면 외로움은 심지어 인종, 성별, 국가에 상관없이 사망률을 30% 증가시킨다고 한다.

인간을 비롯한 사회성 동물에게 사회적 관계는 잠자고 먹는 것처럼 기본적인 생존 욕구의 하나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사회적 관계의 차단은 실험동물에게서 ‘외로움’과 유사한 행동학적 변화와 뇌 활성 변동을 유발하고 어린 시절 사회적 관계를 오랫동안 차단한 경우 성장 후에 다양한 정신행동학적인 문제를 야기함이 보고돼 있다. 이는 인간에게서도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공포반응을 매개하는 편도체와 해마, 소뇌 등 뇌 부위의 회백질 부피가 더 작은 구조적 차이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자기공명영상(MRI)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외롭지 않은 사람의 경우 보상기전과 관련돼 있는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라는 뇌 부위가 다른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을 볼 때 많이 활성화되지만 외로운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했다. 외로운 사람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외롭다고 느끼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외로운 사람과는 같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이 생겨 단절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다트머스대학 연구진은 외로운 사람의 내측 전전두 피질 신경 활성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표상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외로운 뇌’의 내부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다른 ‘외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기계학습을 이용한 휴식기 전뇌 연결망(whole-brain resting-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분석을 통해 뇌 부위별 상호 연결망 차이에 따라 개인의 외로움 정도를 예측하는 방법이 제시된 바 있다.

외로움은 수면장애를 유발하며 반대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경우 외로움을 유발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방어적 근접 공간 네트워크(Near Space Network)가 더욱 활성화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읽을 때 사용되는 마음 이론 네트워크(Theory of Mind Network) 활성은 낮아져 더 외롭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과 레베카 색스 교수팀은 배고픔과 사회적 교류에 대한 갈망이 보상과 관계된 중뇌의 같은 뇌신경 회로를 통해 작용할 가능성을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집단 외로움에 의해 우리가 실제 더 ‘배고프다’고 느끼고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언제 밥 한 끼 하자’고 친구들에게 흔히 하던 말에는 ‘사회교류’와 ‘배고픔’의 동시 해결을 통해 최대치의 행복을 느끼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해다. 예년에 비해 어려운 이웃들의 ‘배고픔’은 코로나 비대면의 암울함 속에서 더 커지고 있다. 다른 해보다 더욱더 이웃의 ‘배고픔’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그건 남을 위한 봉사나 자선이 아니라 내 ‘외로움’과 ‘배고픔’을 조금 덜 수 있는 나를 위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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