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 구속만기 하루 전 석방..수사도 재판도 결론 미루는 '검언유착 의혹'

작년 8월 구속기소된 이모 전 기자 4일 구속만료
재판부, 보석신청 4개월간 결론 미루다 3일 보석허가
변론 마무리 전..새 재판부가 기록검토 다시 할 듯
검찰도 수사 최종 결론 안 내, 이성윤 결재 아직
채널A 전 사회부장·법조팀장은 지난주 무혐의처분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지난해 7월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3일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으로 풀려난다. 6개월 구속 만기를 하루 앞둔 날 석방된다. 하지만 해당 재판은 아직 변론도 마무리되지 않았고, 검찰은 관련 수사의 최종결론을 여전히 내지 않고 있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3일 “오늘자로 보석 허가 결정이 됐다”며 “보석보증금 납입하는대로 석방될 예정이고, 절차를 밟아 오늘 중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5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 전 기자의 구속만료일은 4일이다.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구속될 수 있는 최장 기간 6개월을 만기를 하루 앞두고 오히려 보석금 납입 조건을 달아 풀려나는 셈이다. 재판부는 보석신청을 받은 지 4개월 동안 아무 결론을 내리지 않다가 이제서야 석방을 결정했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됐을 때 법원과 검찰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강요 혐의로 검찰 처분을 받은 인원 총 5577명 중 구속기소된 인원이 76명(1.36%)이다. 강요도 다른 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혐의가 추가되는 게 대부분이고, 강요죄로 기소되는 경우 강요 한 가지 혐의로만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가 드물다. 때문에 강요가 아닌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전례는 찾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지난 10월부터 약 4개월 간 이 전 기자의 보석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나아가 재판 일정을 연기하면서 변론 마무리도 법원 정기 인사 이후로 사실상 미뤘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박진환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번 인사이동 대상이다. 새 재판부가 사건 기록검토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법원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보석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리든가, 선고를 하든가 둘 중 하나는 했어야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현 단계에서의 구속이란 것은 형 집행이 아닌 수사와 재판을 위한 것이지 않느냐”며 “작년 10월에 신청한 보석을 아직까지 결론내지 않았던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 역시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 전 기자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공모했다는 의혹 제기에서 출발하며 ‘검언유착 의혹’이라고 불렸던 이 사건은 공모관계 입증을 하지 못한 채 끝이 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두 사람 사이에 공모관계가 없고, 한 검사장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 결재를 미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만간 검찰도 검사장 및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어서 이 지검장의 유임 여부가 사건 종결의 변수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은 강요 혐의로 고발됐던 채널A 전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에 대해선 지난달 29일 무혐의 처분했다.

그동안 이 사건은 이례적인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이뤄지며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한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몸싸움으로 현직 차장검사가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사건 자체 ‘사이즈’로 볼 때 이렇게까지 장기화할 사안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특수수사에 밝은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종 결론을 이렇게까지 끌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