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처럼..78·83호 반가사유상, 전용공간서 365일 함께 볼 수 있다
[경향신문]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이 국립중앙박물관 대표유물로 대접받아 박물관이 새롭게 마련한 전용공간에서 올해 11월부터 상설전시된다. 4월부터는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1세, 찰스 다윈,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초상화와 자화상이 처음 공개된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두 반가사유상을 대표브랜드로 삼아 2층 기증관 입구에 약 440㎡ 규모의 전용 공간에 새롭게 전시하여, 가장 사랑받는 문화재의 위상을 확고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관장은 “두 반가사유상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사랑받는 전시품이지만, 두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는 2차례(2004·2015년)에 그쳤다”면서 “현재의 반가사유상 전시실은 상설전시관 3층 불교조각실 안에 있어 미리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잘 모른 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관장은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전시실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누구라도 반드시 들러야 하는 상징적인 장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가사유상의 오묘한 미소와 사유의 철학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전시될 때마다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78호는 1912년 일본인이 입수하여 조선총독부에 기증했다. 머리에는 화려한 관(冠)을 쓰고 있고, 네모꼴에 가까운 얼굴은 풍만한 느낌을 준다. 광대뼈를 나오게 하고 입가를 들어가게 하여 미소 띤 얼굴을 만들었다. 상체는 당당하면서도 곧고 늘씬한 모습이며, 하체에서는 우아한 곡선미를 느낄 수 있다.
늘씬한 팔이나 체구에 비해서 손이나 발은 상대적으로 큼직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탄력이 있고 매끄러우며 부드럽고 율동적이어서 보살상의 우아한 모습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균형잡힌 자세, 아름다운 옷주름, 명상에 잠긴 듯한 오묘한 얼굴 등으로 보아 한국적 보살상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킨 6세기 중엽이나 그 직후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83호는 국내에서 가장 큰 금동반가사유상(높이 93.5㎝)이다. 1920년대에 경주에서 발견됐다고 전하지만 근거가 없다. 머리에 3면이 둥근 산 모양의 관(冠)을 쓰고 있어서 ‘삼산반가사유상(三山半跏思惟像)’으로도 일컬어진다. 얼굴은 거의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풍만하고 눈두덩과 입가에서 미소를 풍기고 있다.
상체에는 옷을 걸치지 않았고, 목에 2줄의 목걸이가 있을 뿐 아무런 장식이 없다. 왼발은 내려서 작은 연꽃무늬 대좌를 밟고 있고, 오른발은 왼쪽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 왼손으로는 오른 발목을 잡고 오른손은 팔꿈치를 무릎에 얹었으며,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괴고 있다. 83호는 특히 단순하면서도 균형잡힌 신체 표현과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으로 처리된 옷주름, 분명하게 조각된 눈·코·입의 표현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조각품으로서의 완벽한 주조 기술을 보여준다. 78호보다는 다소 늦은 삼국시대 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반가사유상은 해마다 실시되는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품에 선정되고 있다. 또 1957년 미국 8개 도시를 순회한 <한국고대문화전> 이후 세계 주요박물관 한국미술 전시에 대표작으로 출품돼왔다. 78호는 7회, 83호는 9회에 걸쳐 해외에 전시된바 있다.
박물관은 시공을 초월하여 감동과 영감을 주는 인류 문화유산으로서 반가사유상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현대적인 건축미가 어울린 공간을 조성하여 두 작품을 올 11월1일부터 상설 전시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또 올해 한국 및 해외 문화로 나눈 특별전을 잇달아 개최한다.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특별전은 4월20부터 8월15일까지 특별전시실에 열린다.
코로나 이후 개최하는 첫번째 외국문화 특별전이다. 초상화를 통해 만나는 16세기~현대사 속 인물들의 강렬한 삶의 이야기를 다룬다. ‘명성’, ‘힘’, ‘사랑’ 등 초상화를 둘러싼 6가지 키워드로 풀어보는 ‘삶과 관계’에 대한 전시이다.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1세, 찰스 다윈, 데이비드 호크니 자화상 등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주요 소장품 80여 점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5월18일부터는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 특별전이 9월26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변화 등 인류사적 위기에 직면한 지금, 극심한 환경변화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존해 온 인류의 진화과정을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이다. 700만년에 걸친 인류 진화과정과 호모사피엔스의 특징(예술, 장례, 도구, 언어와 기호, 탐험)을 보여주는 전시품 500여점을 공개한다.
9월16일부터 11월14일까지는 ‘중국 상하이(上海)박물관 소장 고대 청동기문명’ 특별전이 열린다. 중국 하(夏)~한(漢)대의 청동예기, 무기, 생활용품 등 상하이박물관 대표 소장품 120여 점이 전시된다.
또 12월21일부터 내년 3월20일까지는 ‘칠기의 아름다움’ 특별전이 개최된다. 가장 오래된 친환경 도료인 옻칠과 칠기를 통해 ‘지속가능한 물질문화’를 생각하는 전시이다.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의 옻칠 공예 소장품 200여 점이 출품된다.
이와함께 디지털 및 최신 보존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국가 문화유산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화유산과학센터’가 올해 착공된다. 최근 빈발하는 문화재 진위 논란과 분쟁 속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 판단을 마련하기 위한 과학적인 검증기관이다.
박물관은 2022년 완료를 목표로 기증자 예우를 위한 ‘기증자의 전당’을 만들고, 기증자의 삶과 이야기가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대표 기증품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또 현재의 어린이박물관을 2배 이상 확장하여 1일 최대 5,000명(현행 2,300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