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했으면 배달하겠어?"..배달기사 비하한 학원강사 '논란'

류원혜 기자 2021. 2. 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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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왼쪽), 이미지투데이

커피 배달주문 시 '주소 오기재'로 추가 배달비 3000원을 내는 것이 부당하다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공부 잘했으면 배달하겠냐"는 등 비하 발언을 한 학원 강사의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돼 논란이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제 너무 어이가 없고…화가 나서 여기에 글을 씁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이틀을 보냈다. 주위에 친구도 없어서 여기에 하소연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 중이라는 A씨는 "어제 우리 기사 중 한 명이 황당한 일을 겪고 억울해해서 의견을 묻고 싶다"며 "지난 1일 배달대행 요청이 와서 주문을 넣은 학원으로 배달원이 배달하러 갔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 강사가 '바쁘니까 아래 내려가서 기다리면 계산하러 가겠다'고 했다"며 "우리 배달원은 그 말에 학원 1층 밖에서 기다리던 중, 다른 주문을 배정받아 시간이 촉박해져 다시 학원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강사 B씨와의) 통화 내용이 어이가 없어서 녹음했다"는 말과 함께 약 20분 길이의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그는 "한번 들어보시고 별일 아니라고 한다면 참겠다"며 "한 사람으로서 저런 말까지 들을 정도로 우리가 실수한 건지 궁금하다. 조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녹취 파일은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 배달이나 하고 있죠"라는 강사 B씨의 말로 시작한다. 이에 A씨가 "말씀을 왜 그렇게 하시냐"고 묻자, B씨는 "본인들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이나 하겠어요?"라고 반문했다.

A씨는 "지금 비하하시는 거냐. 비하 발언은 하지 마시고요"라고 했고, B씨는 "돈을 안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학원이니까 내려가서 돈을 드리겠다고 했다"고 맞대응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에 따르면 강사 B씨는 한 커피매장에서 1만2000원 상당의 커피를 주문했으나 주소 오기재로 추가 배달비 3000원을 배달원에게 지급해야만 했다. 그러나 B씨는 현금이 없으니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한 뒤 전화를 받지 않았고, 배달원은 다른 배달을 가지 못한 채 8~10분가량 기다렸다고 한다.

배달원은 배달비를 빨리 받기 위해서 '추가 배달비를 커피매장에도 줘야 한다'고 거짓말했고 B씨는 이에 불만을 제기했다. B씨는 통화에서 "제가 주소 잘못 적은 건 미안하다"며 "근데 남한테 사기치면서 (추가 배달비) 3000원 가져가면 부자된대요? 그렇게 배웠어요 부모한테?"라고 폭언했다.

이에 A씨가 "저희 업체 기준에 따르면 주소 오기재 시 3000원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기사가 피해를 입었고, 손님이 실수하셨으니 요금 내시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B씨는 "본인은 배달 세 건 해봐야 1만원 벌잖아요. 저는 배달비로 1~2만원 지불할 수도 있어요"라며 "난 그냥 가만있으면 2만원, 3만원이 나와요. 일주일에 버는 게 1000만원이에요"라고 했다.

A씨가 "일주일에 1000만원 버시는 분이 3000원이 그렇게 부당하냐"며 "이 날씨에 배달 해보셨어요?"라고 묻자, B씨는 "이 날씨에 오토바이 타고 배달할 일이 없죠. 대학교를 나왔는데"라고 답했다.

A씨는 "저도 (대학교) 나왔다. 사람이 남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본인 바쁜 것만 바쁜 것 아니다. 애초에 주소를 잘 적어 주셨어야지, 오히려 기사들이 고생했는데 왜 그러시냐"고 따졌다.

이에 B씨는 "배달 기사들이 뭘 고생해요. 문신하고 오토바이 부릉부릉하면서 놀고 음악 들으면서 다니는데"라고 비하하며 "남 위에 있다고 생각해야 더 잘 나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끝으로 "대화가 안 된다. (배달 기사 중) 가정 있고 본업으로 하시는 분들 많다"며 "제가 화 나는 건 열심히 일하는 기사님들을 비하한 거다. 우월감에 젖어 사는 것 같은데, 정작 돈 있는 사람들은 당신처럼 안 그런다"고 분노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배달 기사들도 감정노동자다", "저런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거냐. 학원 원장이 알아야 한다", "본인 편하자고 남의 시간을 빼앗고 노동 가치까지 깎아내렸다. 타의 모범이 돼야 하는 교사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 비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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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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