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식물성 단백질 시장 잡는다..美 두부 시장에서 두각

2021. 2. 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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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29년 만에 미국에서 첫 흑자..美 공장 풀가동하고 매달 100만 모 이상 수출

[커버스토리] 해외서 훨훨 나는 한국 식품기업



풀무원의 해외 시장 공략에 청신호가 켜졌다. 풀무원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9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하고 중국 시장에서 10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미국·중국·일본 등 빅 마켓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의미가 크다. 풀무원 해외 사업의 큰 축은 ‘식물성 단백질’과 ‘가정 간편식(HMR)’이다. 식물성 단백질 사업은 두부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콩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육(meat alternative)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대체육 사업은 한국·미국·중국·일본에서 각국의 식문화를 고려해 다양한 각 나라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당시 교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이어 오다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풀무원은 미국 진출 29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했다. 풀무원 USA는 2020년 3분기까지 매출 1940억 원, 영업이익 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나소야 인수 4년 만에 턴어라운드하며 ‘외형 성장’과 ‘흑자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美 전역 유통망·생산 기지 확보

풀무원은 나소야 인수 이후 생산·물류·영업·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쳐 수익 개선을 위한 투자와 사업 효율화에 착수했다.

또 미국 시장에서 두부를 비롯한 아시안 누들과 김치 등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며 안정적인 외형 확장에도 성공했다. 2019년 풀무원 USA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었다. 사업의 외형이 커지면서 효율성도 높아져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풀무원은 나소야 인수를 통해 해외 사업의 성패가 달린 ‘유통망 확보’에 성공했다. 풀무원의 미국 두부 시장점유율은 75%에 달한다. 월마트·크로거·코스트코 등 미국 전 지역을 아우르는 2만여 개의 리테일 점포 유통망을 구축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식물성 단백질 열풍이 불면서 원조 식물성 단백질 식품 ‘두부’가 재조명 받고 있어 풀무원의 성장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미국 두부 시장은 매년 7~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미국 두부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풀무원은 미국 두부 공장을 100% 가동했다. 미국 생산량만으로는 부족해 한국 음성 두부 공장에서 만든 두부를 매달 100만 모 이상 수출하고 있다. 유통망 확보로 과감하고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 전략도 가능해졌다.

풀무원은 나소야 인수 이후 프리미엄 생면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식 짜장면을 선보인 풀무원은 이후 데리야키 볶음우동, 불고기 우동, 칼국수 등 아시안 누들 라인업을 넓혀 나가며 두부에 이어 둘째 미국 히트 상품을 만들어 냈다.

2015년 풀무원의 아시안 누들 매출은 5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9년 3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4년 만에 6배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김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한국 식품 기업 중 미국 전 지역에 김치를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는 아직까지 풀무원이 유일하다. 닐슨 기준 풀무원의 미국 김치 시장점유율은 43%다.

나소야 인수를 통해 미국 동서부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물류 효율화에도 성공했다. 기존 풀무원 두부 공장은 서부 지역에, 나소야 두부 공장은 동부 지역에 있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생산 기지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풀무원 서부 캘리포니아 길로이 두부 공장에서 동부 뉴욕의 마트까지 트럭으로 두부를 배송하려면 거리만 약 4500km로 물류비가 치솟아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다. 즉, 나소야 인수로 유통망뿐만 아니라 미국 동서부에 균등한 생산 기지까지 확보해 물류비 등 고정비를 줄여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신속한 위기관리로 중국 안착

중국에서도 두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풀무원 중국 식품 사업은 2020년 1분기에 영업이익 7억원으로 중국 진출 10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는 영업이익 33억원으로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14.2%에 이른다. 제품별로는 지난해 상반기 주력인 파스타가 전년 동기 대비 176%, 두부는 매출이 87% 늘었다.

사업 초기부터 중국 소비자 특성을 분석해 이커머스, O2O와 같은 신유통 채널에 집중한 사업 전략이 주효했다.

풀무원은 중국 HMR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HMR 중 포문을 연 것은 파스타다. 기존 중국에서 시판 중인 ‘건면 파스타’는 최소 8분 이상 삶은 후 소스와 함께 한 번 더 볶아야 하는 긴 조리 시간과 번거로움이 단점으로 꼽혔다. 풀무원은 전자레인지에 2분 만에 조리되는 간편식 파스타를 선보이며 중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풀무원의 핵심 역량인 두부 역시 매년 약 60%씩 고성장하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 ‘가공 두부’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중국인은 일반적인 형태의 물포장 두부도 먹지만 가공 두부를 더 많이 먹는다.

중국에서 가공 두부와 일반 두부의 소비 시장 비율은 약 6 대 4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국 전역 두부 공급망을 갖춘 풀무원은 2019년 11월 베이징 두부 공장에 ‘가공 두부’ 설비를 완비했다. 풀무원은 ‘시장 분석’과 신속한 ‘위기관리’로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

풀무원은 2010년 중국 진출 당시 중국의 식품 유통 구조를 면밀히 분석한 후 이커머스와 O2O 같은 신유통이 중국 식품 유통 산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측했다.

10년 전 중국 식품 유통은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이 강세였지만 풀무원은 과감하게 이커머스와 신유통에 집중했다.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전략은 코로나19의 글로벌 장기화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유명 백화점들이 파산 신청을 하는 등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식품 유통은 중국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알리바바 계열의 ‘티몰’과 ‘허마셴셩’ 등 이커머스와 신유통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또 풀무원은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을 때 서양 메뉴인 ‘파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풀무원은 비용을 감수하고 기존 한글 패키지를 전량 폐기하고 중문과 영문으로만 구성된 새 패키지로 전 제품을 빠르게 교체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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