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SUV가 된 골프, 폭스바겐 티록
2021. 2. 3. 09:06
-MQB 플랫폼 공유, 골프보다 비싸고 커
폭스바겐의 컴팩트 SUV인 티록이 드디어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티록은 회사가 지향하는 수입차 대중화에 걸맞은 엔트리 제품이다. 당초 폭스바겐이 예고했던 시기보다 등장이 많이 늦어졌지만 '브랜드 제품군 확대'라는 숙명을 피할 순 없었다. 그러나 골프와 MQB 플랫폼을 공유하고 비슷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어 마냥 '작은 SUV'라 표현하기엔 애매하다. 소비자들은 티록의 가격표만 보고 그저 값비싼 소형 SUV로 판단하는 듯하다.
▲누가봐도 폭스바겐 SUV
티록은 소형 SUV 중에서 큰 편이다. 차체 크기는 길이 4,235㎜, 너비 1,820㎜, 높이 1,575㎜, 휠베이스 2,605㎜로 현대차 코나보다 조금 크고 기아 셀토스보다 작다. 전면부는 낯설지 않다. 폭스바겐이 2014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동명의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폭스바겐 제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패밀리룩도 한 몫 한다. 그만큼 신선함이 부족할 법도 하지만 LED 주간주행등과 폭스바겐의 새 로고가 아쉬움을 달랜다.
측면은 티록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SUV가 된 골프'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2박스 스타일은 유연성과 든든함이 느껴진다. 안정적인 프로포션, 예리한 캐릭터라인, A~C필러를 아우르는 크롬 가니쉬 모두 보기 좋지만 작은 차체에 많은 디자인 요소를 넣다보니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붕을 다른 색으로 칠한 투톤 색상을 제공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후면부 역시 볼거리가 많아 간결함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한 모습이다. 트렁크 리드는 비탈면으로 처리해 정통적인 SUV보다는 크로스오버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번호판 주변으로 상승하는 듯한 디자인은 전면부의 흡기구 주변 형태와 관련 있다.
실내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테두리에 메탈릭 색상의 트림을 적용해 소형 SUV만의 개성을 보여준다. 덕분에 차가 저렴해 보이는 느낌도 적다. 검정색 바탕에 빨간 바느질로 마감한 가죽에서는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곳곳의 부품들은 날을 세워 디지털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이다. 모니터처럼 쓸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운전자가 원하는 정보와 레이아웃을 표시할 수 있다. 운전석 쪽으로 방향을 살짝 돌린 센터페시아는 8인치 터치스크린, 에어컨 공조,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의 기능을 조작하기 편하다. 굳이 손을 대기 싫다면 음성인식이나 제스처 컨트롤을 활용하면 된다. 이밖에 편의품목은 폭스바겐이 개발한 내비게이션과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도 오토,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눈에 띈다.
공간은 소형 SUV 중에서도 넓다. 시트는 좁다는 느낌이 적지만 다이얼을 돌려 기울기를 조절하는 등받이는 아쉽다. 뒷좌석은 성인 두 명이 앉아도 머리와 다리 공간이 여유가 있다. 등받이는 6:4 비율로 나눠 접을 수 있다. 적재공간은 445~1,290ℓ를 제공한다.
▲작은 차체 큰 엔진
동력계는 2.0ℓ TDI 디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DSG)의 조합이다. 가솔린으로 향하는 흐름 속에서도 틈새 수요를 노리는 모양새다. 엔진은 최고 150마력, 최대 34.7㎏·m를 발휘한다. 작은 차체에 큰 엔진을 얹은 만큼 가속은 경쾌하다. 회사가 밝힌 0→100㎞/h 가속 시간은 8.8초에 불과할 정도다. 연료 효율은 복합 15.1㎞/ℓ(도심 13.8㎞/ℓ, 고속 17.0㎞/ℓ)를 인증 받았다. 도심에서의 짧은 주행에선 ℓ당 14.4㎞의 효율을 보여줬다.
도심형 SUV를 지향하는 만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가볍다. 그만큼 쉽고 빠른 조향이 가능하다. 여기에 무게중심을 낮춘 플랫폼 특성이 더해지면서 차로를 급히 바꿀 때에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 섀시의 성능도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SUV보다는 무난한 크로스오버로 와닿았다.
운전자보조시스템은 보행자 모니터링,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장치 등을 채택했다. 하지만 차로중앙유지 같은 조향 보조 기능은 없어 레벨2 자율주행을 충족하진 않는다. 이밖에 안전품목은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결코 막내 같지 않은 차
티록을 타보고 생각난 단어가 있다. 바로 '애늙은이'다. 성숙한 디자인과 차급을 초월한 엔진, 완성도 높은 승차감, 그만큼 올라간 가격대가 그 이유다. 사실 티록은 국내에서 독일보다 1,200만원 이상 저렴하고 독일에서는 골프보다는 높은 상품성과 비싼 가격표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골프보다 비쌀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엔트리카 특유의 가벼움을 기대했던 소비자에게 이런 제품의 특성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다.
가격은 스타일 3,599만2,000원, 프리미엄 3,934만3,000원, 프레스티지 4,032만8,000원(개소세 인하 기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3,200만원대부터 구매 가능하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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