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원 롱패딩 입혀주세요"..백화점 움직인 '행동주의 소비자'
SNS로 여론 움직이는 ‘행동주의 소비자’
"요구 들어주는 기업은 유능, 그렇지 않으면 무능"
유통기업 "전략적 대응 시스템 마련해야"
지난달 9일 신세계백화점은 전 점포의 주차요원에게 롱패딩을 지급했다. 한 고객이 주차요원들에게 롱패딩을 입게 해 달라고 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고객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말에 g백화점에 갔는데, 영하 8도였던 날 주차요원이 코트에 야광조끼를 입고 있었다. 입과 얼굴이 얼어 안내를 잘 못 하시더라"라며 "다음날 백화점 주차 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추운 날씨에 주차요원들이 코트 입은 모습이 좋지 않으니 롱패딩을 입게 해달라 부탁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s백화점 주차요원도 코트를 입고 있어 전화할 예정"이라며 "청년들의 건강과 인권을 생각해 백화점 측에서 패딩을 입도록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글은 24만회 넘게 조회되며 화제를 모았다. "공감하지만 건의할 생각은 못 했는데 고맙다" "나도 고객센터에 건의 글을 써야겠다"는 등의 댓글도 달렸다.
g백화점(갤러리아백화점)과 s백화점(신세계백화점)은 곧바로 시정했다. 코트와 짧은 패딩을 지급했던 신세계백화점은 전 지점의 주차요원들에게 롱패딩을 줬다. 신세계(004170)관계자는 "발렛주차를 지원하는 직원의 경우 짧은 패딩을 선호한다"며 "롱패딩을 추가로 지급해 원하는 옷을 입도록 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달 19일 주차요원들에게 롱패딩을 지급했다. 백화점 측은 "원래 유니폼으로 제작하려 했지만, 시간이 걸려 롱패딩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여론을 움직이는 ‘행동주의 소비자’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강력히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요구한다. 이런 요구를 들어주는 기업을 유능하다고 평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능한 것으로 여긴다.
최근 기업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구전되면서 유통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단순히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불만을 즉각적으로 개선해주고, 친환경·윤리적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브랜드와 기업의 충성도를 높인다.
매일유업(267980)은 요구르트 '엔요'에 이어 최근 '상하목장 멸균우유' 제품에서 빨대를 없앴다. 지난해 2월 한 고객이 "다회용 빨래를 사용하는 소비자를 위해 빨대 미제공 소용량 상품을 제공해 달라"는 편지와 함께 빨대 뭉치를 보낸 것이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이로부터 3개월 뒤 회사는 엔요의 빨대를 제거했다. 김진기 고객최고책임자(CCO)가 "빨대 없이 마시기 편한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며 자필 답장을 보낸 것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엔요는 액상발효유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제품이다. 빨대를 빼 편의성이 줄면 매출이 떨어질 수 있어 회사에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먹는 제품에 빨대가 없으면 불편하다는 반응이 있을까봐 고심했지만, 장기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게 옳다고 판단해 빨대를 없앴다"며 "처음엔 어색해하던 소비자들도 지금은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상하농원 유기농 멸균우유 제품에서도 빨대를 뺐다. 또 플로리다 주스, 매일우유(2.3리터) 등 페트(PET) 제품의 포장을 경량화하고, 컵 커피 바리스타룰스의 알루미늄 라벨을 제거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342톤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이 지난해 추석 기간 일부 스팸 선물세트에서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것도 소비자들의 요구가 바탕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확신하지 못하던 차에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고 스팸 뚜껑을 제거했다"며 "올 추석에는 선물세트 전 제품에서 뚜껑을 없앨 방침"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패키징 센터를 통해 포장재를 개선하고 있다. 올해만 약 340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003920)도 최근 온라인 판매용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에서 빨대를 뺐다. 소비자 모임 ‘지구지킴이 쓰담쓰담’과 친환경 활동을 펼친 결과다. 한국야쿠르트도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용기 개선을 검토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개개인이 SNS를 통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행동주의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과거 소비자 단체가 했던 소비 개선 운동을 개인이 직접 펼치는 셈"이라며 "기업들은 고객 관리를 위한 대응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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