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증 중단 1년] ① 외국인 빈자리 채운 내국인이 '귀하신 몸' 됐다
"내국인 눈높이 맞춘 수용태세 확립하면 외국인도 만족"
[※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제주지역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제주는 무사증 입국제도에 따라 10여개 입국 불허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 국민이 최장 30일간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18년 만에 중단된 것입니다. 그 여파는 컸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제주 관광업계는 물론 면세점·카지노 등 관련 업계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무사증 입국 중단 이후 1년의 위기 상황과 출구전략을 3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해 2월 4일 무사증 입국 제도가 중단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제주국제공항.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예전의 모습은 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국 마카오와 상하이 등에서 출발해 제주에 도착한 비행기에는 대당 10명 안팎의 손님뿐이었다.
심지어 승객 4명만 태운 채 제주에 도착한 중국발 항공기도 있었다. 이마저도 중국인들이 아닌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을 피해 귀국한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봄철 장사를 망쳤다며 울상 짓던 제주관광업계는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울상이다.
무사증 입국제도 중단은 코로나19 초기 제주 관광이 받은 1차 충격에 불과했다.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제주와 중국·일본·태국·대만·말레이시아 등을 잇는 노선이 차례로 끊기며 국제선 항공기 운항이 올스톱됐다.
제주는 지난 1년간 중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누적 관광객은 1천23만6천104명(잠정치)으로, 이중 내국인 관광객이 전체의 97.9%인 1천2만3천337명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21만2천767명으로 전체의 2.1%에 불과했다.
전년과 비교해 외국인 관광객은 87.7% 줄어들었고, 내국인 관광객은 26.1% 줄었다.
관광객 감소로 인한 소비지출도 줄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2020년 신한카드 매출자료 데이터를 기준으로 2019년 데이터와 비교 분석한 '코로나19에 따른 2020년 제주도 소비 영향 분석'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소비는 2019년보다 1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관광객 소비는 전년 대비 3.7%,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69.4% 감소했다.
해외 관광이 불가능해지자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 관광을 견인, 그 충격을 그나마 완화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가급적 여행과 이동을 자제해야 하지만, 오랜 '집콕' 생활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잠재우진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제주 관광업계는 극명한 변화를 겪고 있다.
관광은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산업군이지만, 관광업계 안에서도 '안전'과 '방역'이란 기준 아래 내국인 관광객들의 호불호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단체관광 관련 업종은 고전을 면치 못하였지만, 방역 면에서 안전하게 여겨지는 개별관광 관련 업종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의 매출을 뛰어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제주 관광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제주 관광에서 내국인 관광객은 '큰 손', '귀하신 몸'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고 우리나라도 이달 말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자유로운 해외여행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이 아닌 내년 연말 또는 그 이후가 돼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남미와 동남아지역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코로나19 종식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 해외관광이 가능해지더라도 미주·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동양인 혐오 범죄 발생이 커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상존할 것으로 예상돼 현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제주 관광의 장래는 어두워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소비 세대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와 같은 젊은 층은 물론 연령별,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화 전략까지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제주 관광도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진다면 불가능한 만큼 제주 환경에 맞는 방역 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섬'이란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중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치료 인력이 부족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제주만의 강력한 방역 시스템 'J방역'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문성종 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하면서도 안전하고 힐링할 수 있는 관광을 제주에서 누리길 원한다"며 "이러한 관광객 눈높이에 맞는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맞춰 제주만의 질 높은 관광 수용태세를 확립한다면, 차후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돼 제주를 찾은 외국인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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