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새해전야', '시시'와 '소소' 사이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로맨틱 코미디가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다. 특히 범죄나 액션 등 장르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극장에서는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영화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런 가운데 '결혼전야'에 이어 나온 '새해전야'는 '로코'를 기다려온 관객들에 반가운 선택지일 수 있다.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가 스쳐지나가는 탓에 피상적이고 가벼운 느낌이지만, 코로나19로 우울한 시기에 '우중충한' 영화보다 밝고 따뜻한 영화가 끌리는 관객이라면 선택해봄직하다. 누군가에게는 시시할 수 있으나 또 다른 이에게는 소소하게 즐거운 작품이 될 것이다.
지난 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새해전야'는 새해 일주일 전을 보내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엮은 로맨틱 코미디다. 일찍이 '러브 액츄얼리'(2003)가 대성공을 거둔 이래로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를 엮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한국에서도 종종 등장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같은 영화가 그랬고, '새해전야'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결혼전야'(2013)가 대표적이다.
'결혼전야'가 결혼을 앞두고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새해전야'는 새해를 앞두고 각기 다른 갈등에 부딪친 인물들이 사랑을 통해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스키장과 병원, 여행사와 아르헨티나 등을 배경으로 '러브 액츄얼리'가 그려냈듯, 9명의 주요 인물들이 크고 작은 관계로 이어져 있다.
집착하는 남편과 이혼 소송 중에 있는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 분)은 강력계 형사였다 좌천된 지호(김강우 분)로부터 신변보호를 받게 된다. 지호 역시 이혼 4년차인 '돌싱'. 처음에는 티격태격 하던 두 사람은 이혼이라는 공감대로 인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당한 후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직원 진아(이연희 분)는 말이 안 통하는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인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 분)과 풋풋한 감정을 주고받고, 한국지사로 발령을 받은 중국인 연인 야오린(천두링 분)과 결혼을 앞둔 여행사 사장 용찬(이동휘 분)은 결혼을 앞두고 직원의 횡령으로 결혼자금을 잃는다.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래환(유태오 분)은 연인인 긍정적인 원예사 오월(수영 분)과 예쁜 사랑을 키워가지만, 새롭게 계약한 에이전시가 자신의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자 예상 못 한 세상의 편견에 맞닥뜨리게 된다.
'새해전야'는 114분의 러닝타임 속에 관계나 사회 속의 여러 문제들을 짚어낸다. 효영과 지호의 이야기에서는 이혼의 아픔을 겪은 남녀의 성숙한 사랑을, 재헌과 진아의 이야기에서는 비정규직과 '번 아웃'으로 고통받는 청춘들의 고민을, 용찬과 야오린의 이야기에서는 문화적 차이 극복과 연인 사이의 신뢰의 문제, 래환과 오월의 이야기에서는 장애와 편견에 대해 다룬다. 깊이있게 담아내기에는 영화가 너무 짧고, 애초 사랑이라는 테마 속에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쓴 장치들이기에, 이 같은 소재들을 가볍게 담아낸 것은 용인될 만하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 봐도 영화가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깊이있는 갈등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부재한 느낌이라 아쉽다. 네 커플 중 어느 한 커플이라도 진지하고 깊이있게 갈등을 담아냈다면 이야기적으로 더 풍성했을 것이다. 고만고만하게 소소한 해프닝들이 펼쳐졌다 사라지고, 로맨틱한 분위기만 남는다.
그래도 아르헨티나 로케이션을 통해 담아낸 이과수 폭포와 이국적인 풍광들, 탱고 신은 여행의 자유를 잃은 '코로나 시대'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일으키는 볼거리다. 배우들도 각자의 몫을 잘 해낸다. 그 중에서도 이혼 남녀의 따뜻한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려낸 김강우, 유인나와 유창한 중국어 연기를 보여준 이동휘가 돋보인다. '핫'한 유태오 역시 외국 출신 패럴림픽 선수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해 보이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오는 10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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