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비밀이야, 자리 날아갈 수도"..한수원 간부 '은폐' 지시
[앵커]
실무진들은 이렇게 상황을 심각하게 봤는데 최종 보고서에서는 전수조사 등이 왜 빠진 걸까요?
한수원 측은 관련 내용을 일부러 축소하거나 뺀 건 아니라는 입장인데, 취재진이 한수원 내부 회의에서 오간 내용들을 확인해 본 결과, 한수원 측 해명과는 다른 사정이 있었습니다.
당시 관리자급 간부가 실무진들에게 당연히 비밀로 해야 한다, 자리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말까지 하며 축소·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계속해서 이재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독일 실험에 이어 국내 업체와의 재실험까지 마치고, 원전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가능성이 문서로 정식 보고된 2019년 5월.
한수원에서는 관리자급 간부가 참석한 가운데 예상 밖의 실험 결과에 대한 대책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한 참석자는 촉매 가루에 불이 붙어 날아다니는 현상이 제품 인허가 때는 몰랐던 큰 하자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수원 직원/음성 대역 : "(촉매가) 떼어져 나가서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떠돌아다닌다는 것 자체는 우리 장치가 의도하지 않은 연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큰 하자가 있죠."]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도 관리자급 간부는 실험 결과를 비밀로 하자고 참석자들에게 지시합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그룹장, 이거 그러면 당연히 비밀이야. 당연히 비밀이야. 지금 뭐 이게 수소폭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점화해가지고서 화재로 인한 사고로 갈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다른 해외 제조사에 문의를 해보자는 실무자 의견도 일축했습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발전소가 지금 날아가고 격납건물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은 그 당시에 장치가 불꽃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그게 핵심 이슈냐 이거지..."]
과제의 목적이 원전 안전 홍보인 만큼 고민이 된다는 반박이 다시 나오자, 관리자급 간부는 실험 결과를 없앨 순 없다며, 어떻게 보고서에 실을지 전략적으로 검토하자고 합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다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가지고서 남을 위협하고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잘 마무리를 짓는데, 실무자들이 쓴 것을 그룹장이 나중에 잘 좀 이렇게 해달라는 얘기야."]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옵니다.
[한수원 간부/음성 대역 : "그게 굉장히 중요해. 아를 어로 써가지고서 지금 자리가 날아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우리 회사에서도 지금..."]
해당 간부는 당시 회의가 기억나지 않지만 은폐를 지시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영상편집:이기승
이재희 기자 (lee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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