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마다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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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무는 KT의 2021년 정기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에 신규 선임된 인물이다.
구현모 KT 사장은 최 상무를 상무보 승진 2년 만에 상무로 올리며 회사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업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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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최준기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 상무
젊고 유능한 리더들이 보수적인 이미지의 재계를 탈바꿈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전체 임원 수는 줄여도 1970~1980년대에 태어난 젊은 임원 비중은 늘리는 추세다. 이들은 디지털 전환에 익숙할 뿐 아니라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의 마음을 잘 읽는다. 주요 그룹 오너가(家)가 3~4세로 세대교체한 것도 임원 연령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조선’이 성과와 아이디어, 추진력으로 무장한 6명의 젊은 임원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선한 눈매 속 날카로운 전문성
"직원과 소통 노력"
"직장 경험은 평생의 業"
"잘한 일이라면 전산학을 전공한 것. 혜안? 그건 아니다. 구미가 당기는 공부를 했을 뿐."
함박눈이 쏟아지던 1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만난 최준기(47) KT 상무는 듣던 대로 맑은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이었다. 정갈한 헤어 스타일과 깔끔하게 정돈된 사무실 분위기가 온통 하얀 창밖 풍경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졌다. 겸손하기로 소문난 최 상무의 인격을 그의 선한 눈매가 대변했다.
최 상무는 KT의 2021년 정기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에 신규 선임된 인물이다. 구현모 KT 사장은 최 상무를 상무보 승진 2년 만에 상무로 올리며 회사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업을 맡겼다.
최 상무는 연신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한다. 나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써달라"며 자세를 낮췄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그런 그를 낭중지추(囊中之錐)에 빗대며 "공학자로서는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맹장(猛將), 리더로서는 배려심 깊은 덕장(德將)"이라고 소개했다.
만남을 망설였다. 부끄러움이 많은 편인가.
"내가 잘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직은 팀워크가 생명인데, 혼자 돋보이고 싶지 않았다. 임원 나이 어린 것에 의미를 두는 것도 겸연쩍었다."
신사업 분야를 맡아 어깨가 무겁겠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KT의 AI 사업은 AI 스피커 ‘기가지니’로 대표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올해 1월 현재 가입자 270만 명을 확보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미디어 소비가 늘어난 것도 서비스 이용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또 KT의 빅데이터는 다양한 관점의 분석과 원천 데이터의 지속적인 품질 고도화를 통해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 올해도 부지런히 뛸 생각이다."
거의 모든 기업이 AI와 빅데이터에 투자한다. 이런 세상을 예상하고 전공을 택했나.
"과학고 출신이다. 학창 시절부터 이공계 분야 진로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전산학을 고른 건 아니었다. 전산 계열 과목이 재밌었고, 성적도 꽤 잘 나와서 택했다. 졸업할 때가 되자 전 세계에 벤처 붐이 일었다. 많은 동료가 그 열기에 취해 네트워크 분야를 골랐다. 내가 택한 AI 분야는 당시만 해도 마이너리그였다. 그런데도 나는 검색·추천 같은 기술에 관심이 있었다. 지금은 너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함께한 사람은 누가 있나.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현재 11번가 대표이사 맡고 계신 이상호 대표님. 박사 과정 2년 선배다."
전문가 입장에서 봐도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나.
"대학교 2학년 때 이산수학을 배웠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교과서에 ‘체스는 가짓수를 따질 수 있지만, 바둑은 따질 수 없다’라고 적혀 있었다. 교과서에 말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 모든 경우의 수를 섭렵한 AI의 바둑 실력을 전 세계가 확인하지 않았나. 스스로 학습해 자가 발전하는 기술이다 보니 성장세가 무섭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최 상무 별명은 ‘똘똘이 스머프’다. 다른 어떤 임직원보다 AI·빅데이터 기술에 해박한 전문가이면서 스머프 캐릭터를 닮아 생긴 별명이다. 기술 속성과 전개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아이디어도 곧잘 낸다. 최 상무에게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지 물었으나 그는 민망하다며 끝내 말하지 않았다.
본부 직원 A씨는 "신축 아파트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던 기가지니 사업 범위를 기존 아파트로 확대하자고 제안한 이가 최 상무"라고 귀띔했다. 현재 KT는 기가지니를 호텔·리조트·아파트 등 다양한 시설에 투입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기가지니 적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에 기가지니 플랫폼을 구축하기 쉽다. 반면 기존 아파트는 각 가정 내 월패드와 출입 시스템, 엘리베이터 등에 기가지니 기술을 추가해야 하다 보니 연동 작업에 어려움이 많다.
최 상무는 오래된 아파트에도 기가지니 플랫폼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A씨는 "본부장이기 전에 공학자니까 막힌 부분을 금세 이해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더라"라고 했다.
본부 직원들과는 허물없이 잘 지내나.
"내가 딱 봐도 만만해 보이지 않나(웃음). 격식을 따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사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이라 경험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직원들이 편하게 생각하고 잘 따라줘서 고맙다."
일의 능률이나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루틴이 있나.
"일주일에 하루, 통상 일요일 밤에 주기(週記)를 쓴다. 8년 정도 이어온 루틴이다. 일기는 바쁘게 일하다 보면 놓칠 때가 많아, 나중에는 부담되더라. 주기를 쓰면서 지난 한 주 내가 뭘 잘했는지, 후회되는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했는지, 일 처리를 세련되게 했는지 등을 돌아본다. 나는 일할 때는 솔직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왕 할 것이라면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다짐들이 주기를 쓰면서 지켜지게 된다. 다음 한 주를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올해 사업부는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기가지니의 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해 다른 사업자와 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가지니 미니×꾸까’ ‘기가지니×진로이즈백 지니노리백’ 등의 좋은 협업 성과를 낸 바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기업과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 또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소상공인이 힘든 나날을 보내는데, 우리 기술을 활용해 그들의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내 가게 주변의 상권 정보를 제공해주는 ‘잘나가게’와 복잡했던 온라인 광고 집행을 AI로 손쉽게 할 수 있는 ‘마케팅코치’ 등을 활성화할 것이다."
끝으로 후배 직장인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
"맡은 일에 소명감을 꼭 가졌으면 한다. 익숙한 당부 같겠지만, 솔직하게 자신을 돌이켜보자. 우리는 과연 일에 소명 의식을 갖고 사는가.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란다. 그러나 직장에서 쌓은 무엇인가는 평생 내 안에 업(業)으로 쌓인다. 그걸 바람처럼 날릴 텐가. 가끔은 조직에서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태업하지 말 일이다. 커리어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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