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기관, 셀트리온 왜 살까?..反공매도 대비 vs 펀더멘털 매수

박응진 기자 2021. 2. 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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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외국인 3990억·기관 917억 순매수, 개인은 4590억 순매도
"한국판 게임스톱운동 잠재력 있더라도 급등 가능성 적어"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게재된 게임스톱 관련 광고. (뉴욕포스트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한국판 게임스톱' 종목으로 분류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이틀 연속 사들인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반(反) 공매도 운동에 대비해 공매도 주식을 갚기 위한 매수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해당 종목들에 대한 호재와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바탕으로 한 매수라는 상반된 진단을 내놓고 있다.

향후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에 나설 수는 있지만 미국의 사례처럼 주가 급등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셀트리온 이틀간 외국인 3990억·기관 917억 순매수 vs 개인은 4590억 순매도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14.51% 급등 마감했던 셀트리온은 전날(2일) 1만5500원(4.18%) 내린 35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트리온 3형제'로 묶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4.38%, 셀트리온제약이 3.36% 떨어졌다. 1일에는 각각 9.6%, 7.03% 올랐었다. 또한 1일에 7.22% 오른 채 마감했던 에이치엘비는 1.76%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2월 들어 이들 종목의 주가는 등락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수하고 개인은 순매도하는 기조는 2거래일 동안 이어졌다. 이 기간 셀트리온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990억원, 917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4590억원 순매도했다. 에이치엘비도 외국인이 629억원, 35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655억원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매수 운동은 커녕 차익실현에 나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숏 포지션을 커버하거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주식을 사야만 되는 상황인 '숏스퀴즈' 때문에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에 대비해 공매도했던 주식을 갚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외국인과 기관이 갑자기 많이 샀는데, 일반적인 가격 흐름은 아니다. 셀트리온의 경우 항체 치료제 호재가 있었으나 1일 14% 상승흐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대한) 공매도 투자자들의 사전적인 대응차원이라고 해석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3형제·에이치엘비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를 공매도 포지션을 바꾼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숏커버링(대차 잔고 상환을 위해 매수하는 매매)은 계약상 통상 3개월 이내에 끝난다. 공매도 금지 기간은 1년이 다 돼 간다"면서 "숏커버링이었다면 주가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야 하는데 2일에는 또 조정을 받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1일 외국인과 기관은 대형주 위주로 전방위적인 매수를 했다. 한국 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 등 펀더멘털을 보고 매수한 것"이라며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대비한 것이라면) 몇몇 공매도 잔량이 매우 높은 종목만 올라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대형주가 골고루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한투연은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힘을 합쳐 출범한 개인투자자 보호 단체다. 2021.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주식 매수운동 잠재력 크지만 급등 가능성 적어" "투자 유의"

앞으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운동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미국의 사례처럼 주가 급등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를 둘러싼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는 다르게 국내에서는 장기간 공매도가 금지돼 있고 비교적 투기적 공매도 규모도 크지 않아 공매도 세력에 대항한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 운동으로 주가 급등 현상이 벌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판 게임스톱 대상으로 거론되는 종목들의 상장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한자릿수다. 유통주식수의 100%를 넘는 게임스톱과 같은 미국 사례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상장주식수 중 공매도 잔고 비중은 셀트리온 4.56%, 에이치엘비 6.52% 등이다.

개인이 한국판 게임스톱 분류 종목들을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묻지마 매수'로 이어져 투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노동길 연구원은 "관련 종목들은 개인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수 있으나, 상승폭에 대해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기업의 실적을 이기기 어렵다"면서 "개인투자자가 뒤늦게 추격매수에 들어가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대해 "파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인천 셀트리온 2공장이 22일 처음 공개한 코로나19 치료제와 신속진단키트. 2020.12.2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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