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회 수익금 등 잡비 '임의 사용'한 아파트 부녀회장..대법 "횡령 아냐"

김민우 기자 2021. 2. 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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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부녀회가 주도적으로 바자회 등을 통해 번 돈은 입주민 모두의 돈일까, 아니면 부녀회원들의 재산일까.

또 이 돈을 부녀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동의없이 사용하면 이는 횡령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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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연합뉴스

아파트 부녀회가 주도적으로 바자회 등을 통해 번 돈은 입주민 모두의 돈일까, 아니면 부녀회원들의 재산일까. 또 이 돈을 부녀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동의없이 사용하면 이는 횡령일까 아닐까.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재판장 노태악)는 지난달 14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녀회장 A씨에 대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7년부터 2014년 12월까지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았다. 부녀회는 재활용품 처리비용, 세차권리금, 게시판 광고수입, 바자회 수익금 등 잡수입을 부녀회 운영비 등으로 2010년 12월 7일부터 2014년 12월 29일까지 총 68회에 걸쳐 7167만4130원을 임의로 소비(횡령 혐의)해 기소됐다. A씨는 이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경비원 보조금, 노인대학 지원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택법시행령과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 의하면 아파트 잡수입금은 해당연도 관리비 예산 총액의 2% 범위엥서 예비비로 처분하고 남은 잔액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관리사무소장 등에 의해 관리돼야 한다"며 "부녀회는 아파트의 자생단체로서 잡수입금의 예산집행에 관여할 수 없다"며 횡령죄를 적용했다.

다만 "A씨가 잡수입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변호사 비용 등으로 사용된 883만원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며 "입주자대표회의가 신청한 배상신청에 대해선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각하한다"고 했다.

2심도 잡수입금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해야 할 돈이라 판단해 A씨에게 징역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잡수입은 아파트의 공동시설을 이용하거나 혹은 입주자들이 그 적립에 함께 기여해 입주자 모두를 위해 사용해야 할 성격의 돈"이라며 "부녀회의 잡수입 반환 거부로 인해 잡수입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입주민들의 투명한 감시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단을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가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는 기간동안 부녀회는 바자회 개최 등을 지속해왔고, 취득한 수입을 입주민들을 위한 경로잔치 비용, 실버대학 지원비용, 장학금 등으로 자체적으로 지출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와 같은 부녀회의 활동과 재정 운영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용인해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부녀회는 최소한의 회칙을 정하고 조직을 갖춰 활동을 지속한 2005년 11월부터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독립해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게 됐다"며 "부녀회 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의 수입으로 귀속시키는 내용을 정한 적이 없어 적법 여부를 떠나 부녀회원들의 총유로 귀속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인 잡수입금이 주택법 시행령이 정한 잡수입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유로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은) 법인 아닌 사단의 성립요건 및 부녀회비와 공동주택 관리로 인한 수입의 소유권 귀속,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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