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추대' 상의가 부러운 전경련..허창수 후임 여전히 안갯속
김승연·신동빈·박정원·김윤 등 부회장단 멤버 거론, 예상 밖 인물 추대 가능성도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61)이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년 만에 새 회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달 말쯤 열리는 총회에서 허창수 회장(73)의 후임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허창수 회장은 2011년 처음 33대 회장에 추대된 이후 37대까지 4연임하며 무려 10년간 전경련 회장을 맡아왔다.
대한상의 회장이 임기 3년에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전경련 회장은 임기 2년에 연임 횟수 제한이 없다.
허 회장은 2017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라며 회장직을 고사했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서 임기를 이어갔고, 2019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전경련은 2016년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K스포츠·미르재단을 위한 기업들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적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자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 배제되는 '전경련 패싱'이 여전해 기업인 입장에서는 현 정부가 대화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경제단체 수장을 맡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경련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전경련에서 탈퇴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마저 받는다. 대한상의가 처음으로 국내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새 회장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허창수 회장이 역대 최장수 전경련 회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전까지 햇수로 10년 이상 전경련 회장을 맡은 경우는 1964년부터 1966년까지 4~5대, 1969년부터 1977년까지 9~12대 회장을 지낸 고(故) 김용완 경방 회장과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3~17대 회장을 지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2명뿐이다. 허 회장이 이번에도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되면 처음으로 12년 연속으로 임기를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허창수 회장이 2019년 12월 GS그룹 총수에서도 물러난 만큼, 이번에는 어떻게든 현역 총수 중에서 후임자를 찾아 전경련 회장직을 넘겨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9),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6),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59),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68) 등이 전경련 부회장단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2월 경영 복귀를 앞둔 만큼, 전경련 회장도 함께 맡으며 재계에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등의 혐의로 선고받은 5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이미 만료됐고, 2년 취업제한도 이달 풀린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상의가 서울상의 회장단 회원사 중에서 회장을 선출해 대한상의 전체 회장까지 맡기는 원칙을 갖고 있는 반면, 전경련은 부회장단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한다는 형식적인 절차만 있을 뿐 자격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륜 있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82)을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거론하지만,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입장은 안 된다"며 부인한 바 있다.
전경련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 '후임자 추대와 관련해 회장들 간 논의되는 내용은 현재 파악된 바 없다'며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후임자 찾기에 난항이 지속된다면 이달 말께 예정인 총회 전날까지도 후임이 정해지지 않을 수 있다. 2017년, 2019년에도 끝내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서 총회 전날 늦은 저녁 허 회장의 연임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을 대한상의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한 결정에는 현 박용만 회장의 의중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처럼, 허창수 회장의 의중이 전경련 회장 후임 결정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전경련의 경우 낮아진 위상으로 선뜻 나서는 인물이 없고, 설득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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