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도가니' 인강원, 탈시설 새 모델 찾는다

류인하 기자 2021. 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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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측 폐쇄 신청..서울시 "시설 중심 장애인 공간 개발"
'복지 제공기관' 기능 전환해 종사자 안정적 고용승계 가능

[경향신문]

연합뉴스

‘제2의 도가니’로 불리는 장애인 거주시설 ‘인강원’이 폐쇄 절차를 밟는다. 시설에 남아 생활해온 44명은 지역사회로 돌아온다. 2일 경향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강원을 운영해온 인강재단이 지난해 말 서울시에 시설 폐쇄 및 거주인 탈시설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인강원을 ‘장애인 거주시설 변환’의 모델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시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애인만 시설에서 나오는 ‘개인 중심’의 탈시설이 아닌, 시설 폐쇄 및 기능 전환과 동시에 장애인 탈시설도 이뤄지는 ‘시설 중심’의 탈시설 모형을 개발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기존의 ‘탈시설’ 방식을 넘어서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시설 중심’ 탈시설은 시설 종사자의 안정적 고용승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설이 폐쇄되면 시설 종사자는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러나 기존 거주시설이 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기관으로 기능을 전환하면 종사자들의 고용 연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인강원에 대한 ‘지역사회 서비스 변환 컨설팅’을 실시, 표준화된 시설 변환 매뉴얼을 개발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향후 시와 도봉구, 인강원, 용역수행기관, 시설변환추진지원단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한 후 남게 되는 인강원 건물에 대한 처분 또는 재사용 등의 방안도 마련한다. 또 장애인들이 탈시설 후 거주할 지역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시는 인강원이 위치한 도봉구를 비롯한 인근 자치구를 대상으로 장애인시설 입지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주변의 교통, 편의시설 등도 함께 고려해 지정해야 하는 만큼 인강원 건물을 장애인 거주시설로 전환할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복합시설로 조성할지 등에 대한 논의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설 전환의 주체는 ‘인강재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인강재단은 현재 공익이사가 파견돼 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시는 “인강재단이 시설 변환에 책임을 갖고 주체적으로 추진 및 이행을 해야 하며, 시는 인강원이 성공적으로 시설 변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인강재단은 현재 인강원에 남아 있는 장애인들의 전원 욕구 조사, 장애인·보호자의 개별상담,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방안 조사, 시설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 간 소통체계 구축 등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1968년 11월 개원한 인강원은 2014년 당시 원장이던 이모씨를 비롯한 시설교사들이 억대의 시설 운영비를 횡령하고, 장애인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2의 도가니’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후 인강재단이 운영하는 또 다른 장애인거주시설 송전원에서도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단은 2016년 12월 송전원을 폐쇄했다. 2018년 인강원에서 근무해온 종사자의 공익제보로 인강원 내 장애인 학대 사실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교사 4명이 지난해 11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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