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오세훈의 'VIP' 무리수.. 자충수 되나?

최형창 2021. 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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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스텝이 꼬였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뒤처진 오 전 시장이 '북풍'을 발판 삼아 반전을 모색하다가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오 전 서울시장의 때아닌 'v. 논란', 국민 여러분께 큰 웃음을 드리기 위한 공개 코미디인가"라며 "이 정도 사실도 모르는 분께서 도대체 서울시장 시절에는 행정을 어떻게 하셨는지 의문스럽고도, 안타깝다. 음모론에도 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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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는 '버전'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아"
강병원 "보수 혁신은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체육입시학원을 방문, 코로나19 방역 관련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 길 바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스텝이 꼬였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뒤처진 오 전 시장이 ‘북풍’을 발판 삼아 반전을 모색하다가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오 전 시장은 2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만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오 전 시장은 “우리는 흔히 대통령을 ‘vip’라고 칭해왔음을 알고 있다”며 “결국 ‘v’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 내에서 어떠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불철주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에 몰두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검토했다? 과연 상식에 맞는 해명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북한 원전 건설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의 논란이 커지자 2018년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작성된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 6쪽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산업부의 문건이 ‘180514_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_v1.1’인데 언론에 공개된 문서 제목은 ‘180616_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_v1.2’라며 “두 파일은 제목에서 보여주듯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산업부 문건이 청와대 보고용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검토했던 ‘북한 원전 문건’을 근거로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오는 5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 내 본경선 진출자 선정을 앞두고 ‘북풍’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주장이 무리수였다는 주장이 보수 진영에서도 나왔다. 북한 원전 하지만 문건의 ‘v’는 ‘vip’가 아니라 ‘version(버전)’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오세훈 전시장님께서 중도 사퇴 하실 시점인듯하다”라며 “V가 가르키는 건 브이아이피가 아니라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면 다 알 수 있는 것처럼 버전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알면서도 이러는 것이면 국가관과 공직, 애국심의 문제이고 모르거나 확신에 차 이러시는 것이면 상황 인식과 판단력에 장애를 의심할 수 밖에 없으며 더 문제는 주위에 이를 제지할 지력의 참모가 없거나 지력이 있는 참모가 있어도 바른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감이 아니며 사퇴 하는게 체면을 덜 구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여권에서도 잇따라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오 전 서울시장의 때아닌 ‘v. 논란’, 국민 여러분께 큰 웃음을 드리기 위한 공개 코미디인가”라며 “이 정도 사실도 모르는 분께서 도대체 서울시장 시절에는 행정을 어떻게 하셨는지 의문스럽고도, 안타깝다. 음모론에도 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오 전 시장은 “버전으로 보는게 맞다는 의견들을 많이 받았다. 그 부분은 유감으로 생각한다. 저의 입장에 혼란을 초래한 결과가 되어 안타깝다”며 “그렇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이 이 문서의 보고를 받았느냐 여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깔끔하게 ‘내가 잘못 말했다. 의욕이 앞섰다. 유권자께 사과드린다’ 하면 될 일인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건, 서울을 책임지겠다고 출마한 사람답지 않고 비겁하다”라며 “만일 ‘보수 혁신’이란 게 가능하다면 그건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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