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강력범죄에..또 가열되는 '중국 동포 혐오'
외국인·이민 2세·귀화자 비율 4.3% 달해
"무차별 혐오가 더 위험..제대로 이해해야"
최근 중국 동포의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 동포 혐오 현상이 재확산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명칭 논란’까지 가세하면서 중국 동포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 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인구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혐오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혐오 확산에 불을 지핀 것은 중국 동포들의 강력 범죄 사건이다. 지난달 19일 중국 동포 두 명이 마약에 취해 음주 운전을 하다 택시와 충돌하고 택시 기사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2일에는 서울 대림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중국 동포 두 명이 흉기를 휘둘러 연인 관계인 남녀 두 명을 살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금천구의 한 대형 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자 가해자가 중국 동포라는 거짓 소문까지 퍼졌다.
중국 동포와 관련된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들을 향한 혐오 정서가 강해지는 현상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살인 범죄가 발생할 때 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은 지난 2017년 기준 내국인은 1.5명인 데 반해 외국인은 4명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중 55.9%(2017년 기준)가 중국 국적이다 보니 ‘중국 동포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청년경찰’ ‘범죄도시’ 등 중국 동포가 범죄자로 등장하는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국내 거주 중국인이 전체 외국인의 절반에 달해 범죄자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 모든 범죄 기준 10만 명당 검거인원은 오히려 내국인이 중국인의 2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동포가 내국인이나 다른 국적 외국인에 비해 특별히 위험하거나 반사회적이라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지난해 11월 기준 67만 명이 넘는 중국 동포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중국 동포의 이미지는 지나치게 표피적이고 단면적"이라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명칭 논란’도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30일 “광진구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이 많이 산다”고 발언해 여권으로부터 ‘동포 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반발했지만 이 공방을 계기로 온라인에서 “중국인 조선족을 왜 동포라고 해야 하냐” “외국인에게 동포 혜택을 지나치게 많이 주고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2004년 개정된 재외동포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해외로 나간 이들도 동포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만주·연해주로 간 조선족도 공식적으로 우리의 동포가 됐지만 이들을 동포라 칭하는 것조차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중국 동포에게 국내 체류의 자유가 쉽게 주어진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장기 거주가 가능한 재외동포 비자(F-4)는 단순노무 종사 가능성이 적은 대학 졸업자, 법인 기업 대표, 전문 자격증 소지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주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사회 통합 프로그램도 최대 415시간 이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체 중국동포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재외동포가 아닌 방문취업 자격(H-2)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방문취업 자격을 지닌 중국 동포는 전체 중국동포의 42%, 재외동포 자격자는 39%, 영주 자격자는 11%였다.
한국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모든 중국 동포를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특정 집단에서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 그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논의가 발전적으로 나아가지 않고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에서 그치면 차별과 배제의 결과로 오히려 범죄율이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실장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 중 외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 배경 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이 비율이 2019년 기준 4.3%에 달한다”며 “외국인을 포용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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