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재사용' 77명 C형간염..서울 병원장, 2심서 '감형' 왜

김규빈 기자 2021. 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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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서 치료비 약 200만원 공탁 및 피해자 절반과 합의 참작
지난 2016명 내원 환자 77명에 C형간염 감염시킨 혐의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지난 2011년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환자 수십명에게 C형간염을 감염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소재 한 의원(과거 JS의원) 병원장이 항소심에서 피해자들과 합의를 봐 감형을 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이정환 정수진)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동작구 소재 한 의원(현재 폐원) 원장 A씨(49)에게 원심인 금고 2년6개월을 파기하고,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B씨(49)에게는 원심과 같이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77명의 피해자 중 39명과 합의를 했고, 이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A씨는 피해자들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각 200만~300만원을 공탁해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고려할 때 1심에서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8월25일부터 12월16일까지 서울시, 동작구보건소와 2011년~2012년 해당 의원의 전체 내원자 1만445명 중 7303명에 대한 C형간염 검사를 비롯한 역학조사를 시행했다.

조사결과 내원자 중 항체양성자(과거 C형 간염에 걸렸거나 현재 걸렸음을 알 수 있는 지표)는 335명으로, 항체 양성률은 4.6%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인구집단의 항체 양성률 0.6%보다 약 7배 높은 수치였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한 후 재주사하는 PRP자가혈시술, 하이알린 주사 등이 C형간염과 통계적으로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8월 동작구보건소는 해당 의원에 업무정지 등 처분을 내렸고, 보건복지부도 A씨에게 자격정지 3개월 등의 행정처분을 했다.

경찰조사 결과, 해당 병원에서는 동일한 생리식염수 수액백에 미리 주사액을 만들어 놓고 여러 환자들에게 반복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침습적 시술(바늘로 찌르는 시술)을 하는 과정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여러 번 사용한 정황도 밝혀졌다.

이후 A씨와 B씨는 내원자 77명에게 C형간염에 걸리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씨의 변호인은 "만일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감염된 C형간염은 생리식염수를 사용해 주사액을 만드는 신경차단술과 연관성이 없다고 밝혀졌으므로,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와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ΔC형간염에 걸린 내원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99.9% 일치하는 점 ΔC형간염 바이러스의 주요 감염원은 혈액이나 기구인 점 Δ병원 관계자들이 오염된 주사액을 다른 환자들에게 다시 사용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공소사실을 유죄로 봤다.

이어 "피고인들은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전문성을 신뢰한 환자들의 신뢰를 배반 채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을 뿐더러, 다수의 피해자들이 C형간염에 감염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C형간염에 감염된 피해자들이 상당 기간에 걸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들의 집단감염은 자신들의 진료행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B씨는 근무한 기간이 3개월 정도에 불과하고 A씨의 시술을 보조하는 등 범행 정도가 가벼운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1심은 A씨의 의료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 의원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후 A씨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이들이 22회에 걸쳐 17억원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탄 혐의(특경법상 사기)에 대해서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 등과 검찰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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