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난 1월 폭설대란 때 '책임자' 서울시 행정2부시장 그냥 퇴근

한대광 기자 2021. 2.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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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6일 폭설로 서울에서 퇴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음에도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대책본부)를 비운 채 귀가했던 것으로 3일 확인됐습니다. 김 부시장은 대책본부 3단계 근무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주재하고 현장에서 상황 수습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시 제설 대책 매뉴얼을 만든 책임자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김 부시장은 당일 자신의 차량으로 퇴근하다 길이 막혀 차에서 내릴 정도로 폭설 피해와 교통 대란을 직접 겪었습니다. 김 부시장은 기자에게 “그날은 관용차 대신 자가용으로 귀가 중이었고 폭설로 길이 막혀 더 이상 운전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시장은 그러나 시청 본관 지하에 마련된 대책본부 복귀 대신 귀가를 선택했습니다.

김 부시장은 대신 전화와 단체 카톡방 등으로 업무지시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행정2부시장 다음으로 책임이 막중한 한제현 안전총괄실장도 지하철로 퇴근해 전화로 업무를 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시와 산하기관 제설 업무을 담당하고 있는 간부직 공무원 중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사무실 등으로 복귀했습니다. 이들은 밤을 새워가며 제설 작업을 벌였습니다. 업무에 복귀했던 공무원 A씨는 “기습적인 폭설과 교통대란을 접하면서 ‘3단계 근무까지 가겠구나’는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시로 복귀해 제설 업무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월6일 오후 서울 삼성역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차를 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0/21년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재설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제설대책’을 보면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시장이 본부장, 행정2부시장이 차장을 맡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대책본부는 기상청의 적설량 예보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해야 합니다. 적설량이 5㎝ 미만 예보 시에는 1단계, 5㎝ 이상으로 예보(대설주의보 발표)되면 2단계, 10㎝ 이상 예보(대설경보 발표) 때에는 3단계 근무를 해야 합니다. 단계별로 제설 작업에 나서는 공무원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1·2·3 단계 결정은 ‘상황 판단 회의’에서 합니다. 2단계는 안전총괄실장, 3단계는 시장 또는 행정2부시장이 회의를 주재해야 합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5시에 대설주의보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시가 인천기상대와 강화군 기상관측소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에서는 같은 시간 많은 눈이 내린 사실도 있습니다. 퇴근길 폭설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2단계 이상의 근무 돌입은 6시 퇴근 전에 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그러나 상황 판단 회의를 주재할 안전총괄실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뒤늦게 오후 7시20분부터야 2단계 근무에 돌입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보고서에서 서울의 적설량을 11.7㎝로 기록했습니다. 퇴근길 폭설로 도로 기능이 마비돼 다음날 새벽에야 집으로 귀가하는 시민들까지 발생한 상황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3단계 근무 등 적극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시가 만들어 놓은 제설대책 중에는 행정2부시장의 역할도 정해져 있습니다. ①2단계에도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 정도가 크거나 재난의 영향이 사회적·경제적으로 광범위하여 서울시 차원의 수습이 필요한 경우, 시장(행정2부시장)이 대책본부를 총괄 지휘(제설대책 6쪽) ②10㎝ 이상 적설량이 예보되거나 폭설 시에는 행정2부시장이 주재하는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3단계 제설 대책을 가동(제설대책 17쪽) ③광역적 교통대란이 발생하면 행정2부시장(필요시 시장)이 현장지휘소를 설치해 운영(제설대책 18쪽)해야 합니다. 김 부시장이 맡아야 할 3단계 근무 결정은 물론 대책본부 총괄 지휘, 현장지휘소 설치 등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 문서 중 단계별 근무 기준 | 서울시 제공

서울시에서 제설 행정 경험이 있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B씨는 “책임자의 역할은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판단하느냐인데 왜 3단계까지 대응하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당시 상황은 부시장까지 나서서 언론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출근시간 조정과 재택근무까지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고 기자에게 전했습니다. 한편 행정2부시장은 부시장 직전 안전총괄본부장이었습니다.

매뉴얼에 따른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에 대해 김 부시장에게 문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퇴근 직전까지도 폭설에 대한 보고가 전혀 없었고 7시20분에야 2단계가 시작되는 등 전반적으로 상황판단이 늦었다”면서 “3단계 근무를 결정했으면 8시 정도였을텐데 기습폭설로 도로가 마비된 상황에서는 이미 늦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대광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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