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콘텐츠들 보니..'주인공=백인' 공식 깨져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미국명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에서 게재한 오스카 예측 기사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1위, 작품상·감독상·각본상 수상 3위, 남우주연상 수상 후보 5위에 오르며 오스카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은 최근 ‘퀸스 갬빗’을 제치고 최다 시청을 기록했으며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개봉 13일 만인 1일 90만명을 모으며 흥행 순항 중이다.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티븐 연을 비롯해 윤여정 한예리 등 한국계 또는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사교계에 진출한 브리저튼 가문의 장녀 다프네의 계약연애를 그리는데, 그 상대역인 사이먼 역을 백인을 내세운 원작과 달리 영국인 아버지와 짐바브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배우 레지 장 페이지가 연기했다. ‘소울’은 꿈에 그리던 무대를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당해 영혼이 된 무명의 뮤지션 조와 ‘태어나기 전 세상’의 영혼 22의 모험을 통해 삶의 의미, 일상의 가치를 깨우치는 이야기다. 조는 픽사에서 처음 선보이는 흑인 주인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다양성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다양성은 21세기의 중요한 가치가 됐지만 지금까지는 명목상으로 중시돼온 측면이 있다”며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인물들이 동시에 작품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는 것은 실질적인 변화의 징후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다양성 시도는 최근 몇 년간 계속돼왔다. 오스카는 2017~2019년 성소수자(‘문라이트’), 장애인(‘셰이프 오브 러워터:사랑의 모양’), 유색인종(‘그린 북’) 등 사회적 약자들에 관심을 기울인 작품들에 최고상을 안겼고, 2018년 ‘블랙팬서’(13억 달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억 달러) 2019년 ‘캡틴 마블’(11억 달러)은 제작비보다 6~7배 많은 수입을 올리며 인종과 성별에서 다양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디즈니는 ‘알라딘’ ‘뮬란’에 이어 ‘인어공주’까지 실사영화의 주인공을 유색인종으로 캐스팅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지나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주의라며 비판도 받았다.
특히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오스카 작품상 수상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은 다양성 존중의 분수령이 됐다. 오스카는 2024년부터 작품상 후보에 다양성 조건을 신설해 적용키로 했으며, 골든글로브는 한국어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하고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세계 영화인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흑인 시위 등 미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인종차별 사건들을 계기로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아시아 자본의 영향력 증대와 더불어 대중문화 콘텐츠의 다양성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제작과 현장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국내든 해외든 콘텐츠 사업은 내수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제작비 규모가 커졌고, 해외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양성은 시대적 흐름인 동시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필연적 선택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미애 (oriald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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