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글에 헛발질?..네이버 의결서는 '늑장' 발송
현장조사 간 공정위..보여주기식 조사 논란
공정위, 의결서 지난달 29일 발송..네이버, 행정소송할 것
업계, 공정위와 방통위 플랫폼 중복규제 우려
하나의 법을 공동소관으로 해서 중복규제 없애야 지적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한 IT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 전방위로 나서면서 공정위의 전문성 논란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중복규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택 근무 중이던 구글코리아 현장조사 간 공정위…보여주기식 논란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공정위 조사관들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있는 구글코리아 사무실에 현장조사를 나왔지만, 정작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없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가 공정위 조사관들이 들이닥친 걸 알고서야 출근해 회의실만 열어준 것이다. 당시 공정위 조사원들은 이틀 동안 회의실에서 머물다 간 것으로 전해진다. 보여주기식 현장조사란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어떤 기업에 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면 실태점검 공문을 보내고, 법 위반 의혹이 혐의로 굳어지면 사실조사 공문을 보낸 뒤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달리, 공정위는 현장조사 당일 공문을 들고 대상 업체를 찾기 때문이다. 이에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그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조사 관련 상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고 없는 현장 조사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복잡성을 고려했을 때 전통 산업과 같은 방식으로는 제대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방송·통신 분야 전문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구글에 실효성 있는 규제를 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구글이 거리의 사진을 찍어 길 안내를 해주는 ‘스트리트 뷰’(Street View) 서비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과 관련, 방통위는 2014년 1월 2억여 원의 과징금과 개인정보 삭제 명령을 내렸지만, 구글코리아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같은 해 7월 22~25일,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공무원들과 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점검팀 직원들이 구글 미국 본사를 방문해 자료 삭제 여부를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규제가 마무리됐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올재택이 기본이고 일이 있으면 사람이 나온다”면서도 공정위 현장 조사 부실 의혹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네이버 의결서 석 달 지나 발송…네이버, 행정 소송 예고
공정위에 붙은 다른 별명은 ‘세종차사(世宗差使)’다. 심부름을 간 사람이 소식이 없는 ‘함흥차사(咸興差使)’를 빗댄 말인데, 공정위는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조정과 경쟁자 배제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의결서를 늑장 발송했다.
네이버는 올해 1월 29일에야 의결서를 받았는데,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267억 원(쇼핑: 265억원)을 부과한 것은 지난해 10월 6일이다.
통상 전원회의 이후 1~2개월이 지나면 의결서가 해당 기업에 도착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합의가 있는 날로부터 40일(추가적인 사실 확인이나 과징금 확정을 위해 자료제출을 명하는 경우는 75일) 이내에 송부해야 한다.
공정위가 기한을 늘린 것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때도 시간을 질질 끌다 결국 불허해 시장의 불신을 낳았다. 당시 공정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직·간접적인 합병반대 보도나 4.13 총선 이후 변화된 정치지형에 눈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공정위 의결서를 눈 빠지게 기다리던 네이버는 의결서를 받은 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한 달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플랫폼법 만든다는데…업계, 중복규제 우려
기업들은 이번 2월 임시 국회에서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방통위가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을 밀면서, 양부처의 밥그릇(조직·예산) 다툼이 치열해지는 걸 걱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플랫폼 분야에서 이뤄지는 공정위와 방통위의 중복규제”라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시장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공정위가, 이용자 및 콘텐츠·서비스 관점에서는 방통위가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플랫폼 분야에서는 혼자 다 할 수 없어 협업이 절실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법을 만드는게 아니라 공정위와 방통위가 효과적인 규제를 위해서 서로 전문성을 존중해주고 업무 조정과 협업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하나의 법을 공동 소관으로 해서 업무를 분장하게 만드는 것도 중복규제를 없앨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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