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자발적' 조건이라는데.. "사실상 강제?"

이한듬 기자 2021. 2. 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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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이익공유제의 그림자①] 또 다른 규제성 정책 논란.. 농어촌협력기금처럼 기업 압박 우려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이익공유제’ 논란이 재계를 덮쳤다.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업종에 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인데 재계는 강력히 반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를 어떻게 산정할지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데다 해외기업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은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명목상의 조건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익공유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제안했다. /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익공유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재계의 시름이 깊어진다. 기업이 이미 자발적인 성금 기부와 인프라 제공 등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는 상황에서 준조세 성격의 제도를 도입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기업이 정부 정책을 거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자발적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에 이익 공유 압박 논란


이익공유제 논의에 불을 지핀 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1월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이익공유제’ 화두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혜를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이익의 일부를 나눠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그는 “고소득층 소득은 더 늘고 저소득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양극화 대응은 주로 재정이 맡는 게 당연하지만 민간의 연대와 협력으로 고통을 분담하며 공동체의 회복을 돕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익공유제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버는 기업이 있다”며 “그런 기업이 출연해서 기금을 만들어 소상공인·자영업자·고용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건 대단히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운동이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전제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와 정부 여유자금을 활용해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일부터 열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재계는 이미 성과공유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이익공유제 도입은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발한다. 성과공유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에 따라 신제품 개발과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 등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공동협력으로 인한 성과를 나누는 제도로 주요 대기업이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성과가 높은 반도체 부문 협력사에 매년 두차례에 걸쳐 수백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기업은 인센티브 지급과 상생펀드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로는 협력사의 경영안정을 위해 자금운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최대 수백억원을 쾌척하는 등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을 전방위로 기울여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출연 압박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발적 탈 쓴 강제기금 변질 우려


사실상 강제적인 준조세 성격을 띤 것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성공적인 예로 들었다. 농어촌상생협력 기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협정으로 혜택을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농어촌지역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마다 상생협력 기금 출연이 미흡하다며 주요 기업의 임원이 국감장에 소환돼 국회의원의 질타를 받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도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 임원이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A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참여에 미온적이면 상생에 역행하는 비윤리적 기업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며 “이익공유제가 마련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별도 재단을 통한 사업관리나 목표 기업 수 설정, 기업 간 정책지원 차별화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비자발적 참여’를 강제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제도의 강제성에 우려를 표한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도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은 세금을 많이 낸다”며 “사실상 세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익공유제를 시행 중인 것과 마찬가지인데 임의로 또 다른 준조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지만 정부가 대기업에게 이익공유를 부탁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이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기업은 정부가 주체가 돼 지원하는 게 맞다. 민간의 돈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운용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코로나 사태에서도 큰 이익을 거둔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건 안 된다”며 “이익을 공유할 경우 세액 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등 참여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강제하게 되면 기업에 또 다른 세금을 내라는 얘기”라며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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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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