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부자' 박용만, 최태원 회장에 남긴 숙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13년 8월 21일 전임 손경식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임시총회를 통해 회장직을 맡았다. 일 복 많은 박 회장은 그로부터 2722일째인 지난 1일 최태원 SK 회장을 후임 회장으로 추대하고 재계 수장의 무거운 짐을 사실상 내려놨다.
두산그룹 총수로서 처음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던 박 회장은 두산그룹 총수에서 물러난 후에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두산 이사회 의장 등의 업무를 함께 했다. 거기에 가톨릭수도회 봉사단체 회장까지 서너 가지 일을 동시에 해왔고, 이번 상의 후임자 추대로 큰 짐을 덜었다.
그는 상의 회장직을 맡았던 지난 7년여의 시간 중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후임자인 최태원 SK 회장이 꼭 이어갔으면 하는 과제로 '규제샌드박스'를 꼽았다.
박 회장은 2일 상의회관에서 열린 '샌드박스 2주년 성과보고회'에서 "상의 회장 7년여 동안 가장 성과가 많은 일을 꼽는다면, ‘샌드박스’가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샌드박스가 앞으로도 잘 정착해서 혁신의 물꼬를 트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추동력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후임인 최 회장이 샌드박스 과제를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목소리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신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취임 7주년의 소회를 묻는 상의 직원의 질문에 "내가 (7주년을) 돌아봐야 뭐하나, 자네가 돌아보고 말해줘!"라고 평가를 유보했지만, 이날 '샌드박스 보고회'에선 '샌드박스'의 성과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박 회장은 최근 후임 회장이 규제샌드박스 만큼은 잘 이어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2700여일 동안 전세계를 다니며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활동을 하고, 국회를 20여차례 방문해 경영계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제를 던졌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적으로 신경을 썼던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규제완화였고 그 결실이 '규제샌드박스'였다.
세계 최초 민간 샌드박스 지원기구인 '대한상의 지원센터'가 출범한 후 9개월간 223건의 규제과제를 접수해 '자율주행' 등 91개 혁신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민관이 평균 매일 1건의 혁신을 지원해 매주 2.5건을 시장에 내놓은 것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규제샌드박스 외에 박 회장이 최 회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으로 리더로서의 균형감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올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말로 리더의 조건을 설명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평소 "재계 2~3세들의 경우 주변에서 싫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보니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특히 우리 사회의 상대적 약자에 대한 균형감을 강조하곤 했다. 쪽방촌 도시락 봉사나 노총위원장과의 호프데이 등 적극적인 교류를 통한 화합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 균형감의 시발점이라는 것.
그는 가톨릭수도회 자선활동 단체인 '몰타기사단' 초대 한국 회장으로서 거의 매주 직접 만든 도시락을 들고 코로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쪽방촌 어르신들을 찾아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쪽을 보는 균형감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최태원 회장이 SK에서 16년간 이어온 도시락 나눔 행사에 더해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온(溫)택트 프로젝트는 좋은 균형감을 갖춘 리더의 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식당에 도시락을 주문해 끼니를 거르는 취약계층을 돕는 상생 모델이다.
오는 3월 24일 대한상의 총회에서 박 회장이 2773일간(만 7년 7개월 3일) 맡고 있던 대한상의 회장직을 내려놓으면, 최 회장은 제24대 회장으로서 재계를 대표해 정부, 노동계와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 회장도 이제 SK 회장과 대한상의 회장의 두 가지 직업을 갖게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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