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법원장 탄핵' 맞불 카드?..학계서도 우려

김미나 2021. 2. 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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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임성근 판사 탄핵안 의결' 앞두고
대법원장 탄핵안 카드 만지작..여론전 나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농단 판사 탄핵안 발의’에 맞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데 이어,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임성근 판사 탄핵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김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지도부의 언급이 이어졌다. 공개적인 압박이다.

주호영 “김 대법원장 탄핵해야 하는 4가지 이유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임성근 판사 탄핵’ 관련 간담회에서 김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 4가지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의 탄핵안 카드와 관련 “이 건(임 판사 탄핵안 발의)과 무관하게 여러 달 전부터 예의 주시했다”며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는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사법부 독립 침해에도 항의하거나 바로잡지 않은 점 △2020년 4·15 총선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쪽이 제기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아 대법관 전원이 고발당한 점 △사법 적폐 청산과 관련 대법원장이 묵인·용인해 수사를 벌였지만,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점 △법관 탄핵과 관련해 사법부의 중요한 영향이 있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사법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임 부장판사 탄핵안 발의와 맞물려 김 대법원장의 입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입장문을 내어 “사법부를 이끄는 김명수 대법원장도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민주당의 판사 탄핵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히라”고 주장했다. 전날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친문(재인) 극렬 지지자들의 협박에다 민주당의 탄핵 협박까지 이겨낼 수 있어야 ‘간 큰 판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기초인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는데 사법부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임성근 판사 탄핵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명수 탄핵안’ 발의될까?

그러나 당내에서도 실제 김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제스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 65조2항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 의원 전원(110명)이 찬성한다 해도 통과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실제 추진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이 무리하게 (임 판사) 탄핵안을 밀어붙이는 건 명백한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다. 외압으로부터 사법부를 지켜야 하는 대법원장이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가만히 있는 모습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 목소리를 내라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3선 의원은 “김 대법원장은 진작에 탄핵당했어야 하는 인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는 사람이라는 점은 이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며 “여당의 (임 판사) 탄핵 추진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본회의 표결을 통해 관철하지 못 할 뿐이지 의결 직전까지의 정치 과정에서 국민에게 문제를 보여주는 모습은 의미가 있다. 그 과정을 통해서 표결로 얻을 수 있는 효과만큼 최대한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임 판사) 탄핵안은 절차적 문제가 크다”며 “감정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법사위의 조사·보고 과정도 무시됐다.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절차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도 무리한 ‘탄핵안 맞불’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이 나왔다. 2일 국민의힘 간담회에 참석한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야권에서 맞불처럼 하게 된다면 서로 간에 이전투구처럼 돼 버리고, 이쪽저쪽 똑같다는 평가를 받는 게 과연 현명할 걸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임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면, (그보다) 훨씬 책임이 크고 위법성 논란이 있는 대법원장을 그냥 둘 것이냐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방침을 정한 건 아니다. 한다면 언제 할 건가 (논의하고 있다). 정치적인 맞대응을 하는 건 아니란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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