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휴식시간 보장? '배송앱 셧다운'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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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일하는 쿠친(쿠팡맨) 계약직 ㄱ(35)씨는 여느 때처럼 '원플러스원' 삼각김밥을 허겁지겁 해치웠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쿠친들이 주5일, 52시간 근무를 준수하도록 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정해진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못할 경우, 다른 시간에 반드시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한다. 또 쿠친 개인 역량을 고려해 배송물량을 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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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뒤에도 배송할 만큼 바빠
쉴 시간에 배송..사진 몰아서 올려
쿠팡 "주 5일·52시간제 지키게 해"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일하는 쿠친(쿠팡맨) 계약직 ㄱ(35)씨는 여느 때처럼 ‘원플러스원’ 삼각김밥을 허겁지겁 해치웠다. 그래야 나머지 휴게시간 동안 스무 집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후 2~3시 휴게시간 1시간이 주어지지만 그는 늘 제대로 된 밥 대신 배송을 택한다. “물량을 이렇게 쏟아내는데 어떻게 쉬어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송 앱 셧다운’ 기능을 적용해 ‘휴게시간 의무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줄지 않는 물량 탓에 휴게시간 보장이 유명무실하다는 쿠친들의 호소가 나온다. 이들은 설을 앞두고 회사의 정확한 노동환경 진단과 물량 줄이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쿠팡의 휴게시간 의무제도는 1시간 동안 배송 앱의 ‘배송 완료’ 버튼을 누르는 기능을 중지하는 것으로 지난해 7월1일 도입됐다. 그러나 늘어나는 택배 물량 탓에 일부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증언이 나온다. ㄱ씨는 “6개월 전에는 하루 160가구를 배송했다. 요새는 200가구 가까이 배송한다. 휴게시간에 쉬면 퇴근 뒤 배송해야 한다. 요새는 쉬지도 않고 계속 뛰어다니며 일한다”고 말했다. 쿠친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자신에게 할당된 물량을 퇴근할 때까지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면 많은 물량을 배정받아 높은 임금을 받는 ‘노멀’에서 물량과 임금이 모두 적은 ‘라이트’로 변경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쿠친들은 휴게시간에 배송한 뒤 이를 증명하는 사진을 찍고, 배송 완료 버튼이 활성화되면 사진을 수십장씩 올리기도 한다. ㄱ씨는 “(배송 앱은 셧다운 되지만) 배송지 주소는 볼 수 있다. 휴게시간에 배송하고 몰아서 사진 수십장을 올리고 있다는 동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관리자들 지시 탓에 휴게시간 보장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쿠친들의 배송은 크게 휴게시간 전 ‘1회전 물량’과 휴게시간 뒤 ‘2회전 물량’으로 나뉜다. ‘2회전 물량’을 위해 다시 캠프로 돌아가 택배 물품을 실어야 하는데 관리자들이 복귀 시간을 정할 경우 사실상 휴게시간을 이동 시간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야간근무 쿠친을 그만둔 ㄴ(39)씨는 “휴게시간이 끝나는 새벽 3시까지 복귀가 강제됐다. 결국 휴게시간 20~30분을 날리고 캠프로 복귀한 뒤 다시 짐을 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김한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사쪽에 제대로 된 현장 진단 및 물량 줄이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려 한다. 휴게시간엔 배송 주소도 볼 수 없게 배송 앱 전체 셧다운 요구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쿠친들이 주5일, 52시간 근무를 준수하도록 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정해진 휴게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못할 경우, 다른 시간에 반드시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한다. 또 쿠친 개인 역량을 고려해 배송물량을 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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