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서울시장은 꿈일까요? 코미디언 기명씨의 '유쾌한 도전'

김윤주 2021. 2. 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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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정치는 장애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장애인 정치인이 있어야 우리 목소리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요."

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한기명(27)씨는 '탈시설장애인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이유로 '장애인 정치'를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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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아닌 정당 '탈시설장애인당'
한씨 등 11명 후보로 나서
문화예술 지원·장애인 접근권 공약
"우리의 목소리, 정치에 반영할 것"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씨가 2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본사에서 출마와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장애인을 위한 정치는 장애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장애인 정치인이 있어야 우리 목소리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요.”

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한기명(27)씨는 ‘탈시설장애인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이유로 ‘장애인 정치’를 힘주어 말했다. 그에겐 ‘국내 최초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란 이름표가 따라다닌다. ‘정치인’이란 새로운 이름표가 추가됐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정식 정당이 아니라 4월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사라질 ‘가짜 정당’이다. 장애인단체들이 이번 보궐선거 기간 장애인 정책의제를 알리고 실행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당을 만들어 유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씨를 비롯해 김진석(탈시설), 추경진(노동권), 최영은(이동권) 등 11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각각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경험했던 자신의 고통과 좌절을 공유하고 이를 공약으로 다듬었다.

코미디언인 그는 문화·예술 분야를 맡았다.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장애인 예술가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제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공연장에 휠체어를 타는 분을 초대했다가 되게 미안했던 적이 있어요. 엘리베이터도 없고 계단 턱도 높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공연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으니까요. 미술관에 점자 안내판이나 수어통역사가 없어서 전시를 보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는 분들도 많아요. 서울을 장애인도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도시’로 만들고 싶어요.”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장애인 정책과 제도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도 강조하며 “11명의 공약을 기성 정당 후보들이 받아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 때문에 장애인들이 더 죽어나가고 있어요. 식사 등 기본적인 활동에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지원을 못 받기도 하고, (7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신아원 사례처럼 장애인시설에 집단 수용된 경우 감염 위험도 커요.”

그는 일곱살 때 태권도학원 차량에서 내리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여섯달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다. 이후 뇌병변장애와 지체장애, 한쪽 눈에 장애가 생겼다. 그가 의식을 되찾은 뒤 처음 본 프로그램이 한국방송(KBS)의 <개그콘서트>였다. “개그 프로그램이 너무 재밌어서 코미디언이 돼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하지만 ‘장애를 가진 내가 방송국 오디션에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 나섰죠.” 그는 2016년 장애인 극단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2018년부터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했다.

그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택한 건 장애를 둘러싼 자신의 경험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싶어서다. “제 코미디는 지하철에서 ‘장애인은 좋겠어. 나라에서 돈도 나와, 세금도 안 내, 게다가 지하철도 공짜야’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장애인 하든가’라고 받아치는 식이에요. 장애를 모르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과는 다르죠.”

코미디와 정치는 멀어 보이지만 그가 코미디언으로서, 또 서울시장 후보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같다. 자신의 코미디 소재가 고갈되고, 장애인 정당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장애를 차별과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 코미디와 정치를 하는 겁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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