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선별+보편' 병행 예고에 재난지원금 논쟁 격화
20조 '슈퍼 추경' 필요..홍남기 "받기 어렵다" 반발
보편 지급론자 이재명과 주도권 다툼 가능성도
이낙연 "알래스카 빼고 기본소득 하는 곳 없어"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별적·보편적 지원을 모두 포함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여권 내 공방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포괄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20조원대 규모의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당국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보편적 재난소득 지급론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향후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코로나처럼 민생과 경제에도 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하다"며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급되는 3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계속 이어지는 피해를 막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며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사한 데 이어 이 대표가 당정 논의를 공식 선언한 셈이다.
특히 이 대표는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면서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은 두텁게 도와드리겠다. 경기 진작을 위한 전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추이에 따라'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기존에 논의됐던 맞춤형 지원에 전국민 지원까지 더하겠다고 못박은 것이다.
당초 이 대표는 재원이 한정적인 만큼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된다면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선별적 지급을, 상황이 다소 진정되고 소비 진작 필요성이 커진다면 보편적 지급을 검토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선별이냐 보편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전개된 재난지원금 논의가 여권 내 갈등으로 비쳐지고 코로나19 확진자수도 감소 추세를 유지하면서 '선별+보편' 병행 지급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날 이를 공식화했다.
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국민과 맞춤형 지원의 병행을 시사한 데 대해 "그것을 갖고 이분법적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상호 보완적일 수 있는 것이다. 추경 편성 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2월 임시국회를 통해 4차 재난지원금 관련 논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현재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 중이고 추경 편성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지급 시기는 3~4월이 유력하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필요한 추경 규모를 놓고 당정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국민과 맞춤형 지원을 모두 포함하려면 그만큼 추경 규모도 커져야 하는데 재정당국이 재정건전성 우려를 들어 난색을 표할 것으로 보여서다.
실제 전국민에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14조3000억원이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은 각각 7조8000억원, 9조3000억원 규모다. 이 때문이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은 어림잡아도 20조원대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구상에 반기를 들었다.
홍 부총리는 "국가재정은 GDP 대비 숫자로만 비교되고 또 그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물론 화수분도 아니다"라면서 "재정이 제 역할을 안 한다고, 단순히 곳간지기만 한다고 기재부를 폄하하며 지적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지적이고 또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2월 추경 편성은 이를 것으로 판단되고 필요시 3월 추경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선별+보편' 지급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례없는 코로나19 위기를 들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어 당정 간 파열음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채무 증가가 전례 없이 가파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나라 곳간을 적절히 풀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은 일상의 불경기가 아니라 비일상적 위기다. 비상한 위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전국민 지원까지 포괄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구상을 밝힌 것을 놓고 이 지사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앞서 양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의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밝힌 입장을 두고도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이 지사 측은 문 대통령이 "정부 지원으로 충분치 않다. 이를 보완하는 지자체의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한 것에 주목해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손을 들어줬다고 봤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문 대통령이 "지금처럼 피해가 계속되고 방역 우려가 지속된다면 선별 지원 형태가 당연히 맞지만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고 그때쯤 국민들 사기 진작 차원으로 고려한다면 보편 지급이 맞다"고 한 것에 방점을 찍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향후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전국민 지급 시기와 규모를 놓고 양측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금 전 이 대표께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선별 지원과 전국민 대상 지급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히셨다. 적극 환영한다. 방법론에 대한 건강한 토론을 지나 이제 신속한 실천과 행동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전국민 지급 병행에 주목했다.
이 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이재명표 기본소득에 대해 "알래스카 빼고 그것(기본소득) 하는 곳이 없다. 그것을 복지 제도의 대체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냐"고 견제구를 날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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