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학대아동 돌봐도 '월급 186만원'..저는 쉼터 보육사입니다

남형도 기자 2021. 2.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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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피해아동쉼터의 눈물-①]보육사 1명이 7명 돌봄, '영아·장애아'까지..전문성 절실한데 13개월이면 '이직'

[편집자주] 아이들이 학대당하면 상황에 따라 분리를 해야한다. 가야할 곳이 필요한 거다. 그럴 때 잠시 머무는 곳이 있다. 상처 받은 아이들을 돌봐주고 상담해주는 '쉼터'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 학대피해아동쉼터의 힘듦이란 어떤 것일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3회에 걸쳐 다뤄본다. 

밤 11시나 12시에도 손님이 찾아온다. 긴급할 경우엔 어쩔 수 없이 그렇다. 찾아오는 이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다. 한창 클 나이, 누가 부모와 떨어지고 싶겠는가. 그러나 이 아이들은 집에서 분리돼 이곳을 찾아온다. '학대피해아동쉼터'다.

자칫하면 학대행위자들이 찾아와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 내 아이 다시 내놓으라며 난동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러니 어디 있는지조차 철저히 가려져 있다. 그런 특성 탓일까. 누가 돌보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현장 취재조차 힘든 곳이라서.

24시간 돌아가는, '쉼터 보육사'의 삶
대개 13개월만에 그만두고 나간단다. 쉼터에서 학대당한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이. 대체 왜 그럴까.

전국에 있는 쉼터에선 크게 세 부류의 직원들이 일한다. 원장이 71명, 보육사가 220명, 심리치료사가 71명이다. 이중 심리치료사는 비상근이라 일주일에 몇 번씩만 찾아온다. 원장과 보육사가 상주하며 돌보는 거다.

보육사 3명이 3교대로, 24시간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365일 연중 무휴다. 학대아동이 밤에 들어오면 꼬박 새야 한다. 그러나 '야간 수당' 같은 건 받을 수 없다.

보육사 한 명이 7명을 돌본다. 영유아부터 만 18세까지, 학대 아동들도 연령이 다양하다. 영유아 같은 경우엔 사실 보육사 한 명이 완전히 붙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그럴 여건은 안 된다.

여기에 장애아동도 있고, 정신과 질환이 있는 아동, 품행장애 아동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이들이 들어온다.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돌보기 까다로운 이들이 많다. 물론 아이들 잘못은 아니다. 학대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걸 감내해야 한다. 그게 보육사들 몫이다.

익명을 원한 보육사는 "학대피해를 입은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해 다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들 비슷한 사정일 거라고.

월급 186만원, 신입직원도 20년 일해도 마찬가지
한 마디로 고생하는 거다. 업무 강도가 센데, 아이들은 들어오고 나가고, 계속 바뀐다. '원가정에 돌아가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 쉼터 목표가 그래서다. 스트레스가 많단다.

코로나19까지 겹치니 힘든 상황이 더했단다. 학대아동이 6명인 한 쉼터에선 보육사 두 명이 생고생을 했다. 보육사 한 명은 중증인 아이 둘을 데리고 쉼터서 돌봤다. 또 다른 보육사는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학대당한 아이 넷을 돌봤단다. 그걸 2주나 했다.

힘들지만 처우는 열악하다. 이순남 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 부회장은 "제가 있는 쉼터의 경우, 1인당 기본급이 186만원에 지자체 지원 13만원을 더해 199만원이다. 월급 200만원도 안 된다"고 했다.

의아한 건 경력에 따른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신입 직원이나 20년 일한 직원이나 기본급이 거의 똑같다는 거다. 국비와 지방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렇단다. 지난해 기준 1인당 2757만원이다. 경력이 얼마이든 간에 똑같다.

연령별, 특성별로 고도의 '전문성' 필요한데…

일은 힘든데 처우는 열악하면 선택지는 대부분 나가는 게 된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였다 싶은 시점에, 그래서 평균 13개월이면 나간다. 한 보육사는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해도 빛을 보지 못하는 공허함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학대당한 아이들을 잘 살피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연령에 따라, 특성에 따라 아이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정신질환을 가진 학대아동을 입소시키려 전국 단위 시설을 찾아도 여의치 않다. 자칫 잘못 입소했다간 다른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그래서 갈 곳을 잃은 채, 정신병원에 입소와 퇴소를 반복하는 아이도 있다. 특성에 맞는 쉼터가 필요한 거다.

이런 아이들을 돌보는 데엔 보육사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직원 교체가 잦으니 경험이 쌓일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 피해는 오롯이 학대아동에게 간다. 서비스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 이순남 부회장은 "이렇게 주간, 야간 근무로 일해도 주간 근무하는 시설보다 처우가 안 좋으니, 젊은 선생님들이 경력 쌓이면 바로 넘어간다"고 했다. 간신히 최저 시급을 받는 수준이니, 누가 일하고 싶어할까.

학대피해아동쉼터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로 이뤄져 있다. 국비 자금 재원은 '복권 기금'이란다. 안정적이지 않다. 사업비 부족 예산은 지방비나 입소아동의 기초생활수급생계비로 충당하는 등 예산 현실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한 보육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와중에도 묵묵히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는 오늘도, 힘들고 열악한 쉼터에 출근했다. 그리고 학대당한 아이들을 또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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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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