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인간삶 떨어뜨리는 4대질환" 치매·정신질환·사지마비, 그리고..

이병문 2021. 2. 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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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10명중 7~8명 정도는
1년에 한번 이상 두통 시달려
대부분 병원 안가고 넘어가
두통 원인만 수백가지 넘어
심한 통증 지속땐 진료 받아야
스트레스 받으면 뒷목근육 긴장
머리 조이는 긴장형 두통 유발
어지럼증·구토 동반한 편두통
카페인·술이 증상 악화시켜
진통제 남용이 두통 부를수도

새해가 시작되면 직장 인사와 입사, 이사, 자녀 입학을 비롯한 각종 스트레스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통은 전체 인구의 70~80%가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 이 때문에 두통에 익숙한 많은 사람이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병원에도 가지 않는다. 귀에 익숙한 두통약 광고대로 가까운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전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의 삶을 떨어뜨리는 4대 질환으로 사지마비, 정신질환, 치매와 함께 두통을 꼽는다.

두통(頭痛)은 글자 그대로 '머리가 아픈 것'으로 원인에 따라 적게는 12개, 많게는 수백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두통은 뇌 자체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두개골막, 혈관, 일부 뇌신경, 부비동(코 주변 뼛속에 형성된 공간), 근육 등 통증에 민감한 조직이 왜곡되거나 자극을 받을 때 발생한다. 가끔 나타나는 두통은 진통제 한두 알로 해결되지만 도통 진정되지 않는 만성 두통에는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만성두통은 3개월 이상, 한 달 중 머리가 아픈 날이 아프지 않는 날보다 더 많을 때는 의심해 볼 수 있다.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 강도가 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할 때는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면서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되고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통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일차성 두통인지, 이차성 두통인지 구별해야 한다. 일차성 두통은 유발 원인이 명확하게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편두통, 긴장성 두통, 자율신경 두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차성 두통은 특별한 원인이 있는 뇌출혈, 뇌종양, 뇌막염 등과 같은 질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가능한 한 빨리 대학종합병원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아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정밀검사를 받고 치료해야 한다.

이차성 두통은 50대 이후에 갑자기 새로 생긴 두통이거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통증, 의식이 혼미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상대방 말을 이해할 수 없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 가운데 긴장성 두통이 약 55%, 편두통이 약 40%를 차지한다. 머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나타난 두통은 전체의 1% 미만이다.

◆ 최근 피곤한 일이 많았는데 머리 양측이 조이듯이 무겁고 아프다?=긴장형 두통 의심

두통이 평소에 없는 사람에게 발생하면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특히 갑자기 머리 전체나 뒷머리가 아프면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뇌졸중이 두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뇌종양일 가능성도 낮다. 이때는 긴장형 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사와 입사 등 갑작스레 긴장된 상태에 놓이거나, 좋지 않은 자세를 습관처럼 하거나,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감을 느끼면 근육이 수축하고 뻣뻣해진다. 이로 인해 근육 통증과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두통 양상은 다양하다. 뒷머리가 묵직하거나, 콕콕 쑤시거나, 머리 전체가 멍하게 아프거나, 혹은 머리 여기저기가 번갈아 아프기도 한다. 편두통에서 흔히 보이는 오심, 구토, 안구통 증상은 긴장형 두통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긴장형 두통이 한 번 발생하면 수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긴장형 두통을 예방하려면 강한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관리해야 한다. 이은재 교수는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민감한 성격, 불면증, 우울증 등 긴장형 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요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이 요인들을 없애지 않으면 긴장형 두통이 지속되거나 쉽게 재발돼 진통제를 남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통 발생 이후 치료법은 스트레스 관리와 더불어 통증 억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또 목 부위 뼈나 근육 이상도 긴장형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평소에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경직된 신체를 자주 이완시켜주는 게 좋다.

◆ 머리가 욱신욱신 깨질 것 같고 구토가 나거나 밝은 빛, 소음에 예민해진다?=편두통 의심

편두통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머리가 반복적으로 울리는 증상을 보인다. 환자들은 "머리가 욱신거린다" "쿵쿵대면서 아프다"고 표현한다.

편두통은 사회 활동이 왕성한 청·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20·30대에 주로 발병하기 시작하지만, 열 살 전후부터 나타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다만 60대 이후 발병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이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

많은 사람이 편두통이라고 하면 머리 한쪽에 두통이 느껴지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편두통 환자의 50%만 머리 한쪽의 통증을 호소한다. 나머지 절반의 환자는 위치에 국한하지 않고 편두통 소견을 보인다. 통증 강도는 다양하지만 대개는 일상생활을 저해할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다. 짧으면 몇 시간에서 길면 3일 정도 통증이 지속된다.

두통으로 인해 소화불량과 메스꺼움, 심하면 구토 증상까지 나타난다. 두통이 있는 쪽 눈이 아프거나 충혈이 되기도 한다. 머리를 흔들면 두통이 심해지므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밝은 빛, 소음과 냄새에도 예민해진다. 그래서 편두통 경험이 많은 환자들은 두통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조용하고 어두운 곳을 찾아서 쉬려고 한다.

이러한 증상과 함께 여러 신경학적 이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게 시야 증상이다. 머리가 아플 때면 한쪽 시야에 암점이 점차 커지면서 주변에는 지그재그 불빛이 나타나거나,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거나, 시야 전체에 드문드문 뿌옇고 밝은 반점이 생겨 안과를 찾는 환자도 있다. 심한 어지럼증과 감각장애, 마비가 동반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일반 진통제에 잘 반응하는 가벼운 편두통은 약을 먹고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하면 금세 완화된다"며 "반면 구토 증상이 있을 정도로 두통이 심하면 일반 진통제 효과가 거의 미미하다. 이때는 편두통에만 잘 듣는 약을 의사에게 직접 처방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대표원장은 "가족력과 함께 가공식품, 카페인 함유 식품, 술(주류), 잘못된 생활습관 등이 편두통을 유발한다"며 "편두통 환자의 70~80%는 가족력이 있다. 부모의 유전 같은 선천적 요인은 현대의학으로 아직 통제하기 어렵지만, 부모와 유사한 생활습관과 환경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비동 감염(축농증)에 의해 발생하는 두통이 종종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부비동염은 얼굴뼈 속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부비동이 미간까지 이어져 있어 염증이 생기면 이마에 통증이 느껴진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중력으로 인한 부비동 내 액체 흐름 때문에 머리를 숙이거나 흔들 때, 두통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부비동염이 있으면 항생제를 먹거나 생리식염수를 활용해 코를 세척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 진통제를 매일 먹는데도 두통을 달고 산다?=약물과용 두통 의심

중년 여성 중에는 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이 없어도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몹시 불안해한다. 약물과용 두통은 진통제를 오랫동안 복용한 원발두통(긴장형 두통, 편두통) 환자에게서 흔하다. 치료로는 우선 과용한 진통제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환자는 오랫동안 과량으로 복용해 온 진통제만 중단해도 두통이 호전된다. 약물 과용 두통은 치료에 굉장히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서 두통이 자주 재발해 진통제를 늘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하에 약물치료를 받도록 권장한다.

◆ 평소 없던 심한 두통과 함께 팔다리 마비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뇌졸중에 의한 두통 의심

평소 두통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심한 두통(일명 벼락두통)이 나타나고 팔다리 마비나 발음장애, 시력 저하, 의식 저하, 경련 등이 동반되면 뇌출혈 등 뇌졸중에 의한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두통 자체가 위험신호이므로 조속히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진통제로는 완화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만약 마비와 같은 증상은 없고 벼락두통만 있다면 뇌졸중이 아닌 양성 두통일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벼락두통만 나타났더라도 증상이 아주 심하다면, 전문의에게 진찰받고 뇌 사진(CT나 MRI)을 찍어 보는 게 좋다.

반면 말이 어눌하거나, 손발 사용이 불편해지거나, 걸을 때 휘청거리거나, 눈이 잘 안 보이는 증상에 벼락두통이 동반되면 뇌에 확실한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한편 목 디스크도 두통의 원인일 수 있다. 옳지 못한 자세를 많이 취하는 직장인, 학생 등은 목이 제 위치를 벗어나 변형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경추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목 디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목 디스크가 발생하면 두통은 물론 어깨 통증과 손, 팔이 쉽게 저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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