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생존률 37%에 불과..증상없어 골든타임 놓치기 쉬운 암
간기능 대부분 파괴돼도
증상없어 인지하기 힘들어
年2회 정기검진 필수
B·C형 간염이나 간경화등
고위험군 6개월마다 권장
조기 발견땐 완치도 가능
간은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병이 진행돼 손댈 수 없이 악화된 뒤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며 "간암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B형이나 C형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거나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는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간암 5년 생존율 37%로 치명적
2020년 12월 발표된 2018년 신규 간암 환자(국가암등록통계시스템)는 1만5736명으로 전체 암 중 6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간암의 남녀 평균 5년 생존율은 37%로 치명적이다. 간암은 늦게 발견되고 그에 따라 사망률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간암보다 5년 생존율이 낮은 암은 폐암 32.4%, 췌장암 12.6%, 담낭·담도암 28.8% 등이다.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B형간염 바이러스(72%), C형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이다. 이 밖에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약 100배,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한다. 특히 간경변증 유무는 간암 발생률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 중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사람은 간암 발생률이 1000배 이상 증가한다.
윤 교수는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은 B형간염 바이러스다. 이 밖에 C형간염 바이러스와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염, 심한 지방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간암 진단 땐 처음부터 '간이식' 서둘러야
간암 증상은 초기에 거의 없다가 서서히 나타난다.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염으로 간수치가 매우 높아져도, 간경변으로 진행돼 간이 작아져도, 간암이 생겨 간에 크게 자리해도 대부분 전혀 증상이 없다. 다만 간암 크기가 커지고 임파선이나 혈관 등을 침범했다면 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심한 피로감과 쇠약감, 간 기능 악화, 황달과 복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간암 진행 정도는 종양 크기와 종양이 혈관을 침범했는지,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환자의 간 기능과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해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암이 있는 간의 일부를 떼어내는 간 절제술이나 환자의 간 전체를 들어내고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간 이식을 시행한다.
이 밖에 고주파 열치료, 에탄올 주입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간암 크기가 3㎝ 이하일 때 시행하는데 암 크기가 작다면 간 절제에 비견할 정도로 치료 성적이 좋다. 간암이 많이 진행돼 간 절제, 간 이식, 고주파 열치료 등을 적용할 수 없을 때는 간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약물을 주입해 혈관을 막아버리는 경동맥 화학색전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간암 치료 중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병든 간을 건강한 간으로 바꾸는 간 이식이다. 암 자체도 완전하게 제거할 수 있고 추후 간암이 발생할 수 있는 병든 간 전부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치료와 비교하면 5년 생존율 외에 10년·20년 생존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간 이식 종류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뇌사자 간을 통째로 옮겨 붙이는 '뇌사자 전 간 이식' △둘째, 생체(살아 있는 사람) 공여자 간을 일부 절제해 이식하는 '생체 부분 간 이식'이다. 뇌사자 기증이 활성화된다면 생체 부분 간 이식을 피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뇌사자 기증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생체 이식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생체 간 이식은 간 공여자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여자는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건강한 간을 제공하는 간 공여자의 수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배에 구멍 몇 개만 뚫고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이 적용되고 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간질환 환자에 대한 정기검진 시스템이 아주 잘돼 있어 조금만 신경 쓰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간암 중 거의 대부분은 간질환 환자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간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정기검진을 열심히 받는다면 간암은 절대 무서운 병이 아니다"고 말했다.
◆ 간암 고위험군 정기검진 무료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아직 백신이 없는 C형간염은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 등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여럿이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또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예방하기 위해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했다면 절대 금주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만 40세 이상 간암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암발생 고위험군은 간경변증, B형간염 바이러스 항원 양성,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다. 검진 비용은 무료 또는 10% 본인 부담금이 있을 수 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검진 대상을 조회하면 확인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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