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엔 '세습→집권', 日엔 '동반자→이웃'
국방부는 ’2020 국방백서’에서 지난해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살·소각 사건과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2일 발간한 백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김 위원장이 당 설립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선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사건 직후 군은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었다. 이번 백서에서 국방부는 “우리 정부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단호히 대응했다”고 했지만 ‘소각’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국방백서는 2년마다 발간된다. 이번 백서는 2018년 백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 주적(主敵), 적(敵) 표현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만 했다. 1995~2000년 사용됐던 주적 표현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삭제됐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 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이 재등장했다. 이 표현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까지 유지됐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간된 2018년 백서에서 삭제됐다.
◇김정은 ‘세습’에서 ‘집권’으로
백서는 북한 내부 정세를 소개하며 기존 백서의 ‘정권 세습’ 표현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세습이냐 집권이냐는 표현의 차이로, 내용적인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며 “김정은이 집권한 지 10여년은 됐기 때문에 주체를 어디에 두고 썼느냐에 따른 차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민주 사회에서도 널리 쓰이는 ‘집권’ 표현을 김정은에게 사용함으로써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동반자’ 日은 ‘이웃’ 격하
국방부는 대일(對日) 관계를 기술하며 기존 백서의 ‘동반자’ 표현을 ‘이웃’으로 격하시키기도 했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7월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한국을 기술하며 ‘폭넓은 협력’이란 표현을 삭제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9년 수출 규제 이후 일본과 여러 가지 불편한 관계가 있어 국방부 차원에선 ‘이웃 국가’로 정의하는 게 가장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반면 중국과 관련해선 기존 백서의 ‘사드 갈등’ 대목을 삭제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한·중 정상회담 등 ‘정상화’ 노력을 기술했다.
국방부는 또 백서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독도 도발(영유권 주장),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 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 관계가 난항을 겪었다고 기술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공개 반발했다. 일본 방위성 당국자는 이날 주일본한국대사관 무관을 불러 “일본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 매우 유감이다”는 뜻을 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시카와 다케시(石川武) 방위성 보도관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과 양립하지 않는 내용이 기술됐다”며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20만명 특작군, 미사일여단 4개 늘려
백서는 또 북한군이 20만명 규모 특수작전군을 육·해·공군과 동일한 위상의 독립 군종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백서엔 없었던 내용이다. 북한의 특작군은 청와대 등 남한의 각종 전략 시설 모형을 구축, 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각종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 예하 미사일여단을 9개에서 13개로 늘렸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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