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성희롱 선거, 성추행 단일화
본질적 책임은 모두 민주당에 귀속된다
선거 끝까지 묻고 또 묻자
“성희롱 사건은 어떻게 됐느냐”고
한국 국민은 곧 ‘성추행 단일화’라는, 세계 정치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목격할 듯하다. 정의당이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 탓에 4월 보궐선거 포기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범여권은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 민주당의 두 시장이 성희롱을 저질러 세상에 없던 선거를 창조하더니,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을 저질러 불가능했던 단일화까지 이뤄낸다. 성희롱으로 이벤트를 만들고 성추행으로 몸집을 불리는, 전대미문의 정치 쇼가 벌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4월 선거에 대해 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선거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야당이 명운을 걸어야 할 어떤 귀책 사유도 없다. 민주당 시장의 성희롱 탓에 선거에 끌려들어가,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탓에 범여권의 단일 후보를 맞게 될 뿐이다. 선거의 주어는 어디까지나 성희롱을 저지른 민주당이다. 여당이 반드시 져야 할 선거, 절대 이겨서는 안 되는 선거, 즉 성희롱 심판이 선거의 출발점이다.
이번 선거 구도는 여당 대 야당이 아니다. 4월 선거엔 관리 비용만 서울에서 487억원, 부산에서 205억원이 들어간다. 선거 공약에 따른 추가 비용, 성희롱이 한국 정치에 끼친 악영향까지 계산에 넣으면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여당의 성희롱이 국민 주머니에서 세금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이 이 비용을 왜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부터 내놔야 한다. 이번 선거의 태생적 구도는 민주당 대 국민이다.
국민은 민주당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첫째 성희롱 진상을 얼마나 철저하게 밝혔는가, 둘째 책임자를 얼마나 공명하게 단죄했는가, 셋째 피해자를 얼마나 성실히 보호했는가, 넷째 성희롱 사건을 얼마나 통렬하게 반성했는가, 다섯째 정치적으로 얼마나 엄중하게 책임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지금까지 민주당의 대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작년 7월 박원순 시장 빈소에서 진상 규명을 묻는 기자에게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눈을 흘기면서 “ХХ자식”이라고 했다. 이해찬과 남인순 당시 최고위원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렀다. 46명이 달려들어 167일간 수사한 경찰의 진상 규명 내용은 ‘공소권 없음’이 전부였다. 박원순 측근 서울시 간부들의 박원순 성희롱 방조 의혹은 무혐의로 끝났다. 남인순 위원의 성희롱 피의 사실 유출 의혹도 없던 일이 됐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박원순 측근들이 피해자의 이름과 편지를 공개하고 친여 검사가 그를 ‘꽃뱀’으로 몰았을 때 민주당은 침묵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하고 싶지만 딸 앞에서 절대 내색하지 못한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같이 죽자고 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대표가 성희롱 피해자를 비로소 피해자로 부르고 공식 사과한 것은 박원순 사건 후 반년이 지난 뒤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 판정을 내린 후, 그것도 대변인 이름으로 서면 반성문만 달랑 냈다가 호된 비판을 받자 사과했다. 선거를 포기해야 마땅한 민주당은 당헌을 뒤집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당헌을 만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진상 규명도, 책임자 단죄도, 피해자 보호도, 통렬한 반성도, 정치적 책임도 없다. “배 째라”며 웃통 벗고 덤벼드는 권력욕뿐이다.
전근대엔 권력과 돈이 대중을 지배했다. 근대엔 이념이 대중을 움직였다. 탈근대의 권력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조작으로 대중을 움직인다. 성희롱 정당에 무슨 근대적 이념이 있겠는가. 민주당은 전근대적 금권과 탈근대적 이미지 조작을 동원해 본말 뒤집기를 시도 중이다. 나랏빚 수십조원이 투입될 사업을 선거용 밑밥으로 뿌린다. 우리 후세가 왜 박원순·오거돈의 성희롱 책임을 빚으로 떠안아야 하는지 설명해 보라.
민주당은 야당 후보의 자격 문제를 제기한다. 고민정 의원은 오세훈 후보를 “광진구민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 정청래 의원은 야당 서울시장 경선을 “총선 패전의 땡처리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이수진 의원도 곧 나경원 후보에 대해 “동작구민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라고 말할 것이다. 뻔한 이미지 조작이다. 아무리 끌어내려도 성희롱 정당의 후보만 할까. 오세훈은 서울 시민의 선택을 두 번, 나경원은 유권자 선택을 네 번 받았다. ‘낙하산 초선’ 고민정·이수진과 ‘탄돌이’ 정청래가 입에 올릴 수준이 아니다. 잔챙이들의 합창은 무시하고 야당은 본질을 향해 달려라.
4월 선거의 본질은 민주당 두 시장이 저지른 성희롱 문제다. 역사적 ‘성추행 단일화’를 눈앞에 둔 여당을 향해 묻고 또 묻자. “성희롱 사건은 어떻게 됐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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