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코로나보다 '포흐요이스'가 더 무섭다
과연 어디까지일까?
진영 논란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정신 번쩍 차리고
잠에서 깨야 한다!
# 코로나가 창궐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작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끝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그 터널의 한복판에서 ‘포흐요이스’(pohjois, 핀란드어로 북쪽이란 뜻)라는 이름의 파일 속 수수께끼를 둘러싼 논란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이른바 ‘북원추’(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를 둘러싼 공방전 때문이다.
# 주지하다시피 사건의 발단은 월성 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 도중 산자부의 이른바 ‘신내림’ 서기관(왜 휴일 자정 무렵에 일부러 나와 컴퓨터 파일을 지웠냐는 검찰 추궁에 그 산자부 공무원이 “신이 내려서”라고 진술해 회자된 말)이 2019년 12월 1일 자정 무렵부터 두 시간 가까이 지운 파일명들이 지난달 28일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이었다. 그 방송은 월성 원전 폐쇄 의혹 공소장을 공개하면서 ‘포흐요이스’라는 폴더 아래 ‘북원추’ 버전 1, 2를 포함해 북한 원전 관련 문건 17건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사실 감사원의 감사 타깃은 월성 1호 원전의 조기 폐쇄 결정 및 즉시 가동 중단과 관련된 것이지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은 당시 감사원의 관심 사안 자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신내림’ 서기관은 시간에 쫓기면서도 끝내 감사 대상도 아니었을 ‘포흐요이스’ 폴더를 몽땅 지웠다. 더구나 다른 폴더 이름은 한글이거나 기껏해야 ‘history’ 정도의 영어였지만 유독 북한 원전 관련 파일만 ‘pohjois’라는 생경한 핀란드어로 적어놓은 것 자체가 되레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 이 방송 보도 직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 행위”라고 성명을 냈다. 그러자, 청와대는 “북풍 공작과 다름없다”며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고 심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더해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북한 원전 지원은 이전 정부 때부터 있던 것이고 산자부 문건도 그 당시에 작성된 것들이라고 말하며 문제를 뒤집어 희석하려 했지만 정작 산자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서 그 문건들의 작성 시점은 전 정부 때가 아니고 문재인 정부 때라고 정정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제 밤에 산자부는 폐기됐다던 북원추 관련 문건을 전격 공개했다. 삭제되었다는 문건이 같은 방의 동료 컴퓨터에서 튀어나왔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와 함께 순장(殉葬)되기보다 다른 살길을 찾겠다는 공직 사회의 몸부림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것이 공무원들의 정권 말 생존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그 내용에는 과거 경수로를 짓다가 만 함남 신포(금호지구)에 원전을 건설하는 제1 방안, DMZ에 건설하는 제2 방안, 그리고 신한울 3·4호기를 완성해 북측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제3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산자부 역시 다만 내부 검토 문건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물론 실현 가능성 자체가 심히 의문인 내용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과연 이런 문건을 윗선의 지시도 받지 않고 만들 만큼 간 크고 한가한(?) 공무원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 이뿐만 아니라, 이런 내용이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때 건네진 이동식 저장 장치(USB)에 담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연일 제기되자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조한기)이 나서 북한에 건넨 USB는 아예 없다고 단언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당시 국민소통수석이자 현 민주당 의원인 윤영찬은 USB는 건넸지만 내용은 원전이 아니라 수력·화력 지원이라고 고쳐 말했다. 그리고 윤건영 의원(당시 국정상황실장)은 북원추 문건이 작성된 것은 5월이고 정상회담은 4월이니 논란의 앞뒤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지만 이런 모든 설왕설래를 뒤집고도 남을 보다 결정적인 반증이 북쪽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라의 전력 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을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 틀어쥐고 어랑천발전소와 단천발전소를 비롯한 수력발전소 건설을 다그치고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나가며 도·시·군들에서 자기 지방의 다양한 에네르기 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 리용하여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특히 ‘원자력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나가며’라는 구절의 발언은 김정은 집권 이후 2019년에만 딱 한 번 있었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말은 곧 법이고 정책이다. 예년에는 없던 말을 이례적으로 말한 사실을 놓고 보면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처럼 그 시점이 4월의 정상회담이 아닐 수도 있고 제안의 전달 방식이 이동식 저장 장치가 아닌 다른 경로일 수도 있겠지만 그 앞선 해인 2018년에 원자력발전 능력과 관련된 모종의 제안이 우리 정부에서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단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건넸다는 USB를 공개하면 끝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분명한 사실은 우리 정부가 대한민국에서는 폐쇄해 나가겠다는 원전을 북측에 어떤 이유로든 건설할 의향이 있었고 이를 북측에 전달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 그렇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의 북쪽(포흐요이스) 지향은 어디까지일까?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가 심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코로나의 종식 뒤에라도 대한민국은 온전할 수 있는 것일까? 진보, 보수의 패 가른 진영 논리가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생존 자체가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신 번쩍 차리고 깨어나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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