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원봉사까지 틀어쥐겠다는 정부, 시대 역행이다

남영찬 한국자원봉사포럼회장·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 2021. 2.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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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원봉사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면(對面) 봉사 활동이 어려워져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취약 계층은 더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365자원봉사포털'에 등록된 1425만여 명 중 약 16%인 223만여 명만이 실제 자원봉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원봉사 활동 기본법 개정안은 민간의 자발성에 근거한 자원봉사 활동의 본질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자원봉사센터’에 공유 재산으로 사무실 등을 무상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자원봉사 활동의 ‘주체(主體)’는 민간 자원봉사 단체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補助)’ 조직들이다. 이것이 법의 정신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주체인 민간 자원봉사 단체는 배제하고, 관(官)이 설치하는 보조 조직에만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주객(主客)이 뒤바뀌었다.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 등도 자발적인 민간 조직에 국‧공유 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또 행정안전부에 중앙자원봉사센터 설치 근거를 마련해 자원봉사센터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 근거 규정은 이미 현행법에 나와있다.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중앙자원봉사센터 강화는 지방 분권화에도 역행하고, 민간 자원봉사 단체들의 모임인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및 자원봉사센터협회 업무와도 중복되어 낭비와 혼선을 초래할 것이다. 개정안의 자원봉사 관리 시스템 관련 규정도 개인 정보 보호, 투명성 보장, 다른 국가기관 시스템과의 충돌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원봉사는 무보수성, 자발성, 공익성, 비영리성, 비정파성을 원칙으로 한다. 비영리 민간단체(NPO·Non Profit Organization)인 자원봉사 단체는 민간 중심의 거버넌스를 가져야 한다.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의 고유한 활동 영역을 존중하고, 개입은 최소화하여야 한다. 현행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원봉사 활동을 ‘권장’하고 ‘지원’만 하도록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발적 민간단체와 정부 사이에 존재하는 전국 246개 자원봉사센터(1600여 명의 인력)는 다른 공익 활동 법령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조직이다. 민간 자원봉사 활동을 권장·지원한다지만, 사실상 자원봉사를 관료화(官僚化)·독점화할 우려가 있다. 임직원들은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아 자원봉사의 무보수성, 비영리성 원칙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일부 지자체장은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 인사를 산하 자원봉사센터 직원으로 채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개정안은 절차상으로도 큰 하자가 있다. 민간 자원봉사 단체는 사전 의견 수렴 기회를 제대로 가지지 못하였고,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 대다수 자원봉사 단체는 물론 전국 17시·도 사회복지협의회도 반대 의견이다. 자원봉사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2005년 법 제정 이후 16년간의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자원봉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전면적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민간 차원의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개정안은 겉과 속이 다른 이른바 ‘상징 입법’의 전형이다. 자원봉사 활동 활성화 및 체계화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제로는 자원봉사의 가치와 본질에 반한다. 자원봉사 활동에서 개인과 단체를 소외시키는 반면, 자원봉사 관리자와 관(官)의 통제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민간 중심의 자원봉사 거버넌스 대신 정부 및 지자체의 입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실제 시행될 경우 각종 폐해와 거센 반발이 우려된다. 묵묵히 봉사 활동에 전념하는 1400만 자원봉사자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개정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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