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69] 아첨에도 레벨이 있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1. 2. 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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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을 분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첨인지 아닌지를 가리면 된다. 상급은 남들이 안 보는 데서 하고 하급은 남들이 다 보는 데서 노골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아첨(阿諂)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阿)는 그냥 빌붙는다는 뜻이고 혓바닥을 놀려 살살거리는 것이 첨(諂)이다. ‘諂'은 글자 모양대로 말재주를 부려 군주를 함정에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반면에 미(媚)는 같은 아첨이라도 기교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아양 떨다’에 가깝다.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윗사람의 점수를 따려 할 때 미열(媚悅)이라고 한다. 윗사람을 도리로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 맘에 맞춰 아양을 떨어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무(嫵)는 온몸을 흔들어대며 아첨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무(媚嫵)라고 하면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을 비틀어가며 아첨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잘 안 쓰지만 옛날에는 아첨하는 사람을 비판할 때 아유(阿諛)한다고도 했다. 유(諛)는 첨(諂)보다는 조금 강도가 덜해 비위를 맞춘다는 말이다.

한 여당 의원은 산자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 전날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이 문제가 되자,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내부 자료”라고 변명하고 나섰다가 “추론이었다”고 물러서기도 했다. 전형적인 유(諛)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 자락 내밀어 후일을 기다려 보겠다는 심산이다. 사실 이런 정도야 누구를 모시게 되면 어쩌다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첨(諂)을 넘어 미열(媚悅)에 이르게 되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이 그것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한 여성 장관 출신 인사가 ‘문빠’에게 미열(媚悅)하느라 연일 내뱉는 말들이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더니 급기야 “대통령과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낯 뜨거운 말까지 내질렀다. 서울시장 하겠다는 정도의 인물이 이런 미열꾼이라면 애당초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긴 애당초 군주가 아첨을 싫어한다면 이런 코미디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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