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정부, 재난지원금 선별지원 원칙 포기하나
4차서 보편+선별로 회귀 움직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연설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발언하면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됐다.
자영업자 선별 지원과 전 국민 보편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하는 입장인데, 이럴 경우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5월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총 14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작년 9월 2차 재난지원금은 만 16~34세와 65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씩을 지급하는 보편 지원 형태가 포함되긴 했지만, 자영업자 지원(100만~200만원) 위주였다. 지난달 지급이 시작된 3차 재난지원금(9조3000억원)은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00만~300만원씩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전 국민 지원 방식에서 피해 보상 성격의 선별 지원으로 변화하는 중이었는데, 4차 지원금은 다시 전 국민 지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홍남기 부총리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의 압박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홍두사미' 이번에는 여당 압박 버틸까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초 여당에서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주장이 나왔을 때 “정부 재원이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재난지원금은 적자 국채를 찍어 조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국가 신용 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래 세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날도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을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 안팎에선 결국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전에 4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하고, 지급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필요시 3월 추경은 논의가 가능하다’고 단서를 단 만큼, 선별 지원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기는 어렵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순차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전에도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가 여당에 밀려 입장을 바꾼 일이 있었다. 그래서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나 ‘홍백기(홍남기+백기 투항)’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2년 연속 1분기 추경 불가피
이낙연 대표의 발언대로 전 국민 지원까지 포함해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20조원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3차 재난지원금 재원(9조3000억원)을 충당하려고 올해 예비비 8조6000억원 중 4조8000억원을 썼다. 예비비는 재난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하려고 쌓아두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올해 한 해 비상금 절반 이상을 이미 3차 재난지원금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추경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분기 추경이 이뤄지게 된다.
이럴 경우 나랏빚이 더 가파르게 늘어나게 된다. 국가 채무는 올해 연말 9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었는데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올해 47.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는데 48%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빚이 빠르게 쌓이면서 이자를 갚는 데 드는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국고채 이자를 갚는 데만 20조2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주는 기초연금(15조원),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주는 아동수당(2조2000억원)을 주고도 남는 돈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는 게 우리나라 재정 상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나라가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재정에 여력이 있다고 더 쓰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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