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따뜻한 커피 한 잔

박준우 셰프·음식 칼럼니스트 2021. 2.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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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있는 두 곳의 다른 회사에 각각 회의가 잡힌 날이었다. 그날은 무슨 일이었는지 앞에 참석한 회의가 예정보다 훨씬 일찍 끝이 났다. 그 바람에 두 번째 회의까지 1시간을 꼬박 칼바람 몰아치는 빌딩 사이에서 대기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어 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기 위해 한동안 카페는 물론이고,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있었다. 집에서 끼니를 챙기는 것은 매우 기쁘고 행복한 일이지만, 밖에서 색다른 음식을 즐기는 행위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별생각 없이 따듯한 커피를 한 잔 시켜 입에 한 모금 머금었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맛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달 동안 오로지 인스턴트 커피만 타 마시며 잊고 있었던 맛과 향이었다. 가게 주인이 자신의 커피에 정해놓은 합당한 금액을 이미 지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은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찼다. 이런 사람들과 장소들이 있기에 이 험난한 세상에서도 즐거움의 감정을 잊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감회도 잠시, 커피를 다 비우고 마스크를 다시 쓰며, 맛있는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 맛있는 음식과 거기에 곁들이는 좋은 술을 마음 편히 즐기던 날들이 새삼 너무 먼 과거의 일처럼만 느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기 위해 한동안 카페는 물론이고,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 있었다. 집에서 끼니를 챙기는 것은 매우 기쁘고 행복한 일이지만, 밖에서 색다른 음식을 즐기는 행위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레스토랑’이라는 단어는 본래 수리하고 재건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동사 ‘Restaurare’에서 온 것 아니던가. 이것이 산모나 고질병을 앓는 환자 등 기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양식 역할을 하는 진한 고깃국을 뜻하던 시기를 지나, 18세기에 이르러 그것을 판매하는 장소의 이름을 대신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런 음식을 나누는 장소에서 대개의 사람이 몸과 마음의 기력을 얻고, 삶이 수리되고 재건된다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1765년 프랑스 파리의 불랑제(Boulanger)씨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고깃국과 마카로니, 양족(羊足)요리를 손님을 위한 개인 식탁 위에 올린 이래, 세계의 요식업계는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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